지난주 카드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가지고 있던 카드의 유효기간이 만료돼 새로운 카드를 발송하겠다는 것이었다. 벌써 유효기간이 다 됐나 싶어 가만히 생각해봤다. 해당 카드를 발급받은 지 벌써 7년이 지나있었다.
그 카드를 발급받았던 이유는 인턴기자로 근무하며 받을 월급 때문이었다. 난생 처음으로 급여 통장이란 걸 개설해야 했는데 때마침 회사 1층에 은행이 있었고 나를 비롯한 인턴기자 동기들은 같은 카드로 줄줄이 발급을 받았다. 이후에 별도로 계좌를 만드는 게 귀찮았던 나는 해당 계좌를 줄곧 급여 계좌로 사용해 왔었다. 덕분에 카드는 사람 손이 아주 많이 타 꼬질꼬질해졌다.
지난해쯤 대학원으로 강의를 들으러 가는 동생에게 카드를 빌려준 적이 있었다. 원하는 밥과 커피를 사 먹으라며 준 것이었는데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강의실에 도착한 동생이 소지품을 챙기다가 카드가 없어졌다는 걸 알게 된 것이었다. 곧장 내게 전화가 들어왔고 방문했던 장소들에 당장 전화를 걸어 확인하라고 했다. 다행히 카페 점원이 결제를 마치고 카드를 챙기지 않은 동생을 대신해 보관해두고 있었고 카드는 무사히 내게로 돌아올 수 있었다.
카드쯤이야 다시 하나 발급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당연히 나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언론계에 들어와 처음 일을 하게 됐을 때 그 시작을 함께한 도구 아니던가. 상징과도 같은 카드를 잃어버린다면 추억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것 같았다. 이후 해당 일처럼 예상치도 못한 이별을 마주하기 싫어 동생에게 다른 카드를 빌려줬다는 후일담도 같이 공유한다.
무엇보다 카드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이 시점에 지금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 처음 사용하게 됐을 때와 비교해보면 퍽 많이 성장했음을 깨닫는다. 인턴기자로 일하며 난 언제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을까 막연한 두려움을 뱉곤 했었다. 현재 대단한 무언가를 이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아가려는 분야에서 적어도 수년간 포기하지 않았으니 두려움 대신 뿌듯함을 바꿔 내뱉어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를 토닥여본다.
시간은 또 흘러 새 카드를 다시 새것으로 교체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본다. 구체적으로 그려지진 않지만 여전히 원하는 길을 위해 애쓰며 노력하고 있지 않을까 감히 단정을 지어본다. 바라는 건 너무 많은 힘을 쓰지 않았으면 한다. 꿈을 위해 나를 너무 혹사시켜왔기 때문이다. 부디 넉넉한 마음으로 좀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나의 시간을 여유롭게 채워가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