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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ul 14. 2024

월요일 앞둔 직장인의 잡생각

이번주는 또 얼마나 이 차를 타고 다닐까 생각하고 아무 생각 안하면 도움이 된다는 꺠달음을 얻기도 한다. Paul 제공

요즘 주말이 기다려진다.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참 바보같은 말이지만 이 당연한 주어짐이 요즘 더 크게 느껴진다. 일에 시달렸단 말은 직장인이 으레 하는 말이지만 최근 일을 하면서 시달렸단 게 뭔지 실감하는 참이니 주말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됐다.


그러다보니 토요일에 무얼 하면서 놀아야 할까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딱히 대단한 계획을 세우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냥 단체방 알람을 다 끄고 사람이 북적이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치지 않고 커피를 마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위안인지.


일에서 벗어나고 싶어 휴대전화도 따로 장만했다. 줄곧 아이폰만 썼지만 일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갤럭시를 들고 다녀야하는 신세가 된 바 있다. 휴대폰이야 뭐 대수냐고 하겠지만 오직 일이란 이유로 휴대전화를 제한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게 어느날은 꽤 우울해졌다. 마치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삶을 바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소비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신이 온전치 못할 것 같아 금요일 밤이 되면 유심을 바꿔끼는 중이다.


보통 일요일 밤이 되면 내일이 월요일이란 점에서 퍽 아쉽다. 이것 역시 모든 직장인이 마찬가지로 느끼는 감정 아니겠는가. 그런데 난 오늘 하루종일 월요일이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더 나아가서 책임감을 삭제시키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왜 이런 생각까지 할까 내내 생각했지만 뚜렷하게 답을 얻진 못했다.


아마도 주말을 맞이하기 전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 적잖은 영향을 줬겠구나 싶었다. 계속 뻐근한 목에 이날 출근 전 어머니에게 파스를 붙여달라고 했었다. 이후 내 목을 보던 어머니는 "뭐가 잔뜩 났다"고 하셨다. 거울을 보니 트러블이 울퉁불퉁 올라왔었다. 영문을 모르니 일단 병원을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별다른 이유가 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약국에서 내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좀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목이 뻐근한 것도, 트러블이 올라온 것도 원인이 딱 하나임을 알아챘기 때문이랄까.


주말 동안 애써 뉴스를 보지 않으려고 했다. 애석하게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을 오르내리는 동안 벽면에 설치된 친절한 LCD 모니터가 연합뉴스를 실시간으로 송출해준 덕분에 그럴 수 없었다. 무언가 검색하려고 포털 사이트를 열었을 때도 무의식적으로 일단 뉴스탭을 클릭하고 있으니 고개를 가로젓지 않을 수 없는 웃픈 상황의 연속이었다.


이 일을 그만둔다고 해서 혹은 회사를 사직한다고 해서 홀가분하거나 끝내주게 기분이 나아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곳에 가서도 새로움이란 유통기한이 지나면 이전과 똑같이 죽상인 얼굴이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가지 분명한 건 있다. 이제 더 이상 연합뉴스를 보고 싶지 않다는 거다. 이것 하나면 이제 그만 펜대를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나 자신을 토닥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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