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머신 벨트처럼 회전 중이었네

by Paul
KakaoTalk_20241226_213613268.jpg 어쨌든 버티고 시간을 채운 뒤 내려오면 넉넉한 마음이 생긴다. Paul 제공

일찍 퇴근하고 곧장 헬스장으로 갔다. 근력 운동을 잇따라 한 뒤 러닝머신에 올랐다. 5분씩 인터벌로 꼬박 20분을 뛰었다. 어떤 이는 너무 짧다 말할 수 있겠지만 당장 내가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포기하고 걷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좀 웃기는 나혼자와의 싸움이지만, 이마저도 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면 어느새 20분이 지나있다.


나는 운동을 싫어했다. 학창시절엔 절대로 운동장에서 뛰지 않았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몸을 쓰면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게 그닥 좋진 않았다. 코미디 같이 들리겠지만 이런 내가 남고를 나왔지 않나. 다행히 나와 같은 무리가 어딜 가든 있기 마련이었고 그들과 운동장 벤치를 졸업 때까지 굳건히 지켰다.


남자라면 한번쯤 다부진 몸을 꿈꿔야하지 않나란 어머니의 말에도 꿈쩍하지 않던 나였다. 그런 내게 어머니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으셨다. 무언가 혼자 목적을 만들지 않으면 끝내 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아셨으니까. 그런 내가 스스로 헬스장에 등록해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기자를 시작한 뒤 받았던 건강검진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줬다.


딱히 무언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기자라면 자고로 늘 갖고 가는 고질병 같은 것들이 있지 않나. 특히 기자들 대부분은 결과지에 '추적 필요'란 문구가 따라붙는다. 웃프게도 한 일화를 소개해주자면 바이스(경찰청 부데스크)가 나랑 밥을 먹으며 "우리 일이 매일 몸을 갈아넣는 일이잖아"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가늠을 해보겠지만 그것보다 곱절의 어지러운 상황으로 일한다고 보면 된다.


어쨌든 운동이 필수란 직감이 들었고 그때부터 하루도 빼먹지 않고 헬스장을 갔다. 일정이 늦게 마칠 때면 아예 아침에 가거나 헬스장 문닫기 30분 전이라도 갔다. 주말은 물론 당연히 갔다. 꽂히면 몰두해서 하는데 근 2년 동안 운동이 그랬다. 좀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런 날이면 뭔가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했다는 스스로의 자책 때문에 말이다.


그러다 일이 힘들어지면서 한동안 운동을 등한시 했었다. 가야 하는데 싶다가도 당장 누워있으면 몸이 편하니 운동을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거기에다 일 끝난 뒤 먹는 여러가지 음식들이 얼마나 맛있던지. 물론 살이 찌진 않았다. 낮 시간 동안 일을 하며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쏟았는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말이다. 몸은 지쳐갔고 최근 받았던 건강검진에서 유산소 운동 좀 하라는 쓴소리를 들었다.


건강검진이 끝난 뒤 곧바로 헬스장으로 갔다. 그리고 막 뛰었다. 당장 지쳤던 몸이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이후 편히 쉬면 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휴대전화에 업무 관련 알람이 쉴 새 없이 울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 퍽 서글펐다. 운동을 시작한 건 감사한 일이지만 원인이 됐던 건 일이었는데 말이다. 삶의 개선을 위해 시작한 걸 하고 있으면서 정작 원인을 옆에 끼고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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