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by Paul
KakaoTalk_Photo_2025-10-07-15-12-08.jpeg 늘 현장에 가면 해내야 하는 순간들이 있고 그럴 때면 두려움과 성취감이 공존해 부담이 커지곤 한다. Paul 제공

올해 이곳에 글을 몇개나 올렸는지 살펴봤다. 놀랍게도 한달에 한개씩만 올리고 있었다.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한달이 채 가기도 전에 꼬박꼬박 기억해서 올렸던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그 정신 없는 와중에 무얼 써야 할까 고민해 그래도 지속성은 유지하고 있었으니 대견스럽다고 칭찬해본다.


이 공간은 내게 해우소 같은 곳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하지 못하고 마음 속에만 담아두는 생각들이 있지 않나. 무엇보다 삶을 살면서 고민되는 많은 것들 가운데 정리되진 않지만 무작정 써내려가 시간이 지나도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을 모아두고 싶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새 글은 225개나 도달하게 됐다.


보는 사람들이 없어도 꾸준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의무경찰 복무 때 있었던 일화의 영향이 크다. 군입대를 할 당시 논산훈련소 때부터 일기를 썼는데 자대 배치를 받고 어느날 한 선임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자신이 일기 쓰는 선임과 후임들을 숱하게 봤지만 완결짓는 걸 못 봤다고 말이다. 바꿔 말하면 너도 얼마 가지 못해 포기할 거다 뭐 이런 뉘앙스였다.


나를 고작 얼마나 봤다고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본인의 의지박약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염시키고 싶었던 건 아닐까. 오기가 생겼고 결국 전역하기 전날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기를 썼다. 그 선임은 전역하고 없었지만 그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또 작은 성취가 되기도 했고.


누군가 알람을 설정하고 글이 올라오면 재빨리 읽어낸 뒤 갖가지 반응을 달아두는 그런 채널은 아니지만 이왕 시작한 거 꾸준함의 원동력을 가지고 싶었다. 또 언급했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 이 채널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며 과거엔 그랬지, 앞으론 이렇게 해볼까 이런저런 소회와 다짐을 꾸려내고 싶었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전에 지난 글들을 살펴보는데 추억이 값지다는 말이 정답이다 싶었다.


사실 AI가 나온 뒤로 그걸 활용해볼까 싶기도 했다. 맨날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는데 취미까지 글을 써야 한다는 게 바쁜 와중에는 귀찮았고 실증이 나기도 했다. 그래서 실제로 한번 맡겨봤는데 아무리 똑똑한 AI라도 내 필력을 따라가진 못했다. 내 생각을 촘촘하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거다. 결국 진심을 전할 수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본인이 직접 시간을 들여 써내려가야 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기도 했다.


브런치를 쓸 때면 꼭 카페에 나온다. 집에서 조용히 쓰려면 그럴 수도 있지만 꼭 시끄러운 곳을 찾아간다. 그 가운데서 열심히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면 있어보일 것 같아서라기 보단 다양한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게 좋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들려주는 건 아니지만 혹시 모르잖나. 알고리즘이 역할을 해내어 나와 같은 공간에 있던 누군가가 내 글을 읽게 될지.


그런 기대를 했다기 보다도 익숙해진 것 같다. 이런 현장에서 글을 정신없이 쓰는 게 말이다. 늘 바쁜 현장에 제일 먼저 가서 팩트를 파악한 뒤 어디든 걸터 앉아 노트북을 열고 시끄럽게 키보드를 두드려야 하는 직업 아닌가. 엇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나름 여유롭게 생각도 좀 가만히 잠자코 하면서 그을 천천히 쓰고 싶었나보다.


글들이 쌓이면서 내가 걸어가야 할 길 혹은 고민했던 것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설 수 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크게 놓고 보면 드라마틱하게 달라지거나 바뀐 것은 없다. 물론 내가 모르는 새 깊이가 달라졌을 수 있겠으나 내가 뭐 그리 대단한 철학가나 작가도 아닌데. 그래도 꽤 많은 글들이 모이니 내 자신이 된 것 같기는 하다. 누군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하면 슬며시 내 브런치 주소를 알려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평범하게 사는 게 최고의 감사라고 말하지 않나. 그런 와중에 나는 어쩌다 이런 복잡한 생각들을 놓지 않고 살게 됐는지 알길이 없다. 그렇다고 뭐 대단히 특별한 삶이나 멋드러진 무언가를 얻어내고 싶은 건 아니다. 돌아보면 이미 많은 걸 이뤘고 또 성취해가고 있기에 남들이 봤을 때 후회가 그리 많진 않은 인생이다. 그런 의미에선 더없이 감사하다.


가졌으니 더 가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살아내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들이겠나. 사실 그 대단하다는 의미 자체도 상대적이니 내게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그저 내가 쥐고 있는 것들로 어떻게 하면 더 다채로우면서 소구력있게,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곳에 기꺼이 나눌 수 있는 넉넉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거다. 한번 뿐인 삶인데 구태여 손에 쥐고 있는다고 무슨 의미가 남겠나 싶어서.


그래서 참 딴 별생각을 다하게 되는 것 같다. 사업을 시작해볼까, 태국이나 미국으로 건너가서 스타트업을 해보면 어떨까, 옷을 좋아하니 의류를 건드릴까 아니면 카페를 멋드러지게 운영을 해볼까 이런 것들 말이다. 가늠하지도 못할 현실적인 문제들은 차차하고 방금 전 문단에서 언급한 것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한 나름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들이라고 봐주면 좋겠다. 이렇게 사부작거리다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리고 그 속에서 해내야 하는 것들이 나타나지 않겠나 싶어서.


요즘 자꾸 언급하게 되는데,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참 신기하면서도 무겁게 다가 온다. 호주 어학연수 시절 그 시간이 참 길다 싶었는데 지금은 왜 그때 좀 더 적극적이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말하니. 비영리 취재팀을 운영하고 삶의 판도를 바꿀 결과물을 만들어냈음에도 말이다. 틈이 없던 시간조차도 아주 미세하게 남아있는 틈을 발견해 메워야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여전히 젊고 무언가라도 할 수 있다. 당장 5년 뒤에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그렇겠지. 오케이, 행동하고 움직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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