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와 인사발령이 났고 새벽근무를 하는 팀으로 옮기게 됐다. 집과 거리가 먼 회사로 매일 새벽 들어와야 한다는 부담도 컸지만 무엇보다 저녁 일찍 잠을 자야 한다는 게 걱정됐다. 여느 직장인들이 마찬가지겠지만 침대에 누운 자정 즈음이 유튜브 숏츠를 보기에 가장 적합한 시간이 아닌가. 그런데 그보다 세시간 이른 때에 잠을 청해야 하다니. 다 큰 어른이 됐는데 다시 새나라의 어린이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평일에 잠을 일찍 자야한다는 건 꽤나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 앞서 말했던 여가생활들도 그렇지만 저녁약속을 하나도 잡지 못한다. 물론 다른 부서에 있을 때도 딱히 약속을 많이 잡진 않았다. 점심을 주로 하는 분위기로 바뀐 터였고 하루종일 이리저리 치이며 일했는데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까지 일의 연장선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합리적으로 저녁약속을 만들 수 없으니 나름 좋은 것 같기도 하고.
혹여나 간밤에 보충하지 못한 잠을 회사로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청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겠지만 큰 오산이다. 새벽 택시는 그야말로 총알택시의 표본이다. 오늘도 회사에 들어오는 길에 탄 택시는 평균 시속 140km를 보여줬다. 그 덕분에 약 3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주용도 아닌 일반 자동차는 대체 어디까지 속도가 올라갈까 궁금해지는 새벽이었다. 안전벨트는 물론이고 내가 잠을 청하려 눈을 감는 순간 사고가 날 것 같은 불안감에 거의 뜬눈으로 택시를 타게 된다.
회사에 도착하면 곧바로 일을 해야 하니 딱히 피곤하지는 않는다. 사실 피곤하겠지만 일을 한다는 긴장감에 피곤함을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휘몰아치는 일을 정신차리고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나니 버텨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다고 졸음을 깨기 위해 커피를 마시진 않는다. 근래 평일엔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데 이 팀에 옮겨왔다고 해 결심을 깨고 싶진 않았다. 물론 커피가 꼭 필요한 순간은 바로 이런 때를 말하는 거구나 싶긴 하다.
해야 할 일들이 마무리되고 나면 퇴근까지 비교적 한산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뭘하든 회사 근처만 있으면 된다는 부장의 전언 덕분이다. 어두컴컴한 새벽에 나와 졸린 눈을 부릅 뜨고 일을 했으니 당연한 처사였다. 선배들은 일을 마치고 나면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사라져버린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사실 회사 주변에 마땅히 갈곳도 없고 아직 뭘 해야 할지 찾지 못했다. 그냥 가만히 놔두면 어영부영 지나가는 시간이 될 거라 어서 빨리 답을 찾아내고 싶긴 하다.
조삼모사지만 어쨌든 새벽에 출근하고 이른 퇴근을 하니 아주 긴 오후가 주어지게 됐다. 그동안 이 시간에는 휴무가 아니면 한창 일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어색한 마음이 들기도 하다. 오전 시간과 마찬가지로 무얼 하면 좋을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주어진 6개월 가량의 시간인데 돌아봤을 때 뭐라도 했다 스스로에게 토닥여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말이다.
부서를 옮기게 돼 어떤 기분일까 적어내려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는데 결국 이 시간에 글을 이렇게 쓴 뒤 출고하게 되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든셈이 된다. 시간은 내가 어떻게 선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짧은 고민과 이런 시간들을 통해 알아간다. 평범한 직장인이 어디 이같은 기회를 얻어내겠나 싶기도 하다. 멀리도 말고 한달이 지났을 때 자부할 수 있는 그런 것들로 좀 채워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