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사라며 택시기사가 건넨 만원

by Paul
KakaoTalk_20260109_105253478.jpg 홀라당 써버릴 수 있지만 지갑 속에 고이 간직해 넣어두었다. Paul 제공

이번주 어느날 출근날이었다. 졸린 눈을 비비고 택시에 탑승해 하품을 이겨내며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보통 나는 카카오택시를 탑승할 때 블루파트너스를 이용하는데 이날은 블루 택시가 잡히지 않았고 일반 택시를 이용해야 했다. 평소보다 낮은 가격이 책정됐는데 택시를 탑승하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서울로 돌아가는 택시였던 거다.


그런 이유로 동네에서 고속도로를 향하기까지 더 빠른 길을 설명해야 하니 좀 답답했다. 게다가 운전스타일이 기민하신 편이 아닌 것 같아 더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내가 길을 말씀드리면 아주 큰소리로 대답을 잘 해주셨는데 괜히 툴툴거리는 마음이 드는 건가 싶어 죄송함이 몰려오기도 했다.


회사에 다다랄때쯤 기사님이 내게 손을 뻗어 무언가를 건네셨다. 커피를 사 마시라며 돈을 주신 것이다. 나는 한사코 거절했는데 기사님은 끝내 돈을 내 손에 쥐어주셨다. 지폐에 1이 보이길래 가볍게 천원 정도 주셨겠거니 했는데 1만원이 아니겠는가.


기사님 설명은 이랬다. 보통 한 택시가 타 지역으로 운행을 하게 되면 거의 빈 택시로 돌아와야 하지 않나. 더욱이 이날은 새벽이니 십중팔구 혼자 서울로 돌아오셔야 했었을 거다. 그런데 서울로 들어가는 내 호출이 뜨게 돼 손님을 태울 수 있게 됐던 거다. 기사님은 이걸 운명이자 큰 감사로 여기셨고 그런 좋은 마음을 내게 표현하고 싶다고 하셨다.


새벽에 택시를 운행하시는 이유는 많을 거다. 상대적으로 운행하는 택시들이 줄게 되니 더 많은 손님을 태울 수 있다든가 혹은 일과시간엔 여건이 되지 않아 새벽 근무를 하실 수도 있다. 사정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남들이 자는 시간에 짧든 멀든 운전을 한다는 건 참 쉽지 않다. 그렇게 고생해서 번 돈인데 일부를 내게 나눠준 것 아닌가.


택시값 1만원을 아꼈다는 것보다 기사님의 감사를 실천할 줄 아는 마음이 값지게 느껴졌다. 보통 손님을 태워 횡재했다며 속으로 기뻐하고 끝나지 않나. 인생을 나보다 한참 먼저 산 선배로서 기사님을 본다면 이같은 행동은 본받기에 주저함이 없는 것 같았다.


출근하는 이번주의 마지막 날인 금요일이 시작됐다. 오늘 하루가 끝나면 주말이란 달콤한 쉼을 얻게 된다. 이틀 뒤 또 다시 반복되는 쳇바퀴의 일상이 이어진다. 여느 직장인이라면, 당장 나도 일요일 저녁이 되면 '어우 벌써 월요일이네. 출근하기 싫다'란 말을 달고 산다. 일을 할 수 있음에 더없이 감사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말이다.


저마다 동일한 삶의 시간이 주어지고 그 향방의 결정은 오롯이 내 몫이다. 불평만 한다면 어느새 가득 쌓인 불평은 삶을 지배해 낙담과 좌절만 남게 될 거다. 당연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아차리고 감사할 때, 무엇보다 그런 감사를 내 옆과 주변에 표현하고 나눌 때 우리 하루는 어제보다 덜 불행하다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모습과 저런 모습을 만들어 하루를 채우는 건 그 누구도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명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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