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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상 Mar 26. 2018

선배, LA 한인마켓은 어디가 좋아요?

난 사실 한인마켓을 자주 가지 않는다. 나에게 큰 어려운 질문이 던져졌

나성 새내기 J가 묻는다. '선배, LA 한인마켓은 어디를 가야 좋아요?", "미국 마켓이랑 뭐가 달라요?" 나성 주민인 나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 몇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거다. 난 사실 한인마켓을 별로 즐기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주차장에서 뻔뻔한 아줌마들을 만나기 싫어서이고, 두번째는 글쎄 딱히 가서 뭘 살 것도 없다. J에게 난 "그냥 홀푸드나 스프라웃이나 가라"고 했다. J는 그저 째려볼 뿐이다.




한국 과자를 맛볼려면 그래도 한인마켓을 가야 한다

나에겐 한인마켓에 대한 몇가지 징크스가 있다. 나성 전입을 마치고 정보를 얻으려면 한인마켓을 가야한다고 하니, 주변 마켓을 참 많이 돌아보았다. 그럴때마다 꼭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곤 했다. 나성의 주차장은 한인타운 중심가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넓은편이다. 그런데 그 넓은 곳에 차를 대지 못해서 낑낑대거나, 차를 빼는데만 1분이 넘게 걸리는 사람도 보았다.


이들은 그 유명하다는 나성 아줌마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일단 전투력이 상당하고 영어도 곧잘 하는 양반들을 만나면 콧대도 쎄다. 몇번 차를 긁혀먹을 뻔한 경험을 겪고보니 한인타운 가기가 무척 짜증부터 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별로 가지 않는 리스트 중 하나가 한인마켓이다. 내차는 소중하니까...

연중 다양한 세일을 하는 한인마켓들


그럼에도 내가 한인마켓에 갈 때가 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한국 과자를 사기 위해서. 어떤 한국마켓이 좋냐는 질문을 아마 아줌마들에게 했다면, "야채는 OO체인이 좋고", "과일은 OO마트가 좋으며", "OO마켓은 해산물이 좋아"라고 디테일하게 답을 줄 것이다. 그러나 난 과자만 사러 가기 때문에 뭐라고 답하기가 곤란하다.

 

그럼 난 어디서 야채와 과일을 사나. 언제부터인가 홀푸드 마켓이나 스프라웃을 찾곤 한다. 그런 마켓들이 비싸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몇센트 차이면 로컬 농부들이 직접 기른 것을 먹고 싶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한번에 많이 사지 않는다. 그런 미국 마켓들은 싱글들을 위한 다양한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어 편하다. 하지만 미국 마켓에는 한국 과자가 없다. 간혹 홀푸드 마켓 보다 조금 대중적인 알버슨 같은 곳을 가니 새우깡을 팔기도 하더라.


한국산 과일은 주로 한국마켓에만 있다
장보기 외에, 다양한 푸드코트에서 간식을 즐기기에도 좋다


나의 경우를 제외하고, J처럼 나성 새내기들에게는 그래도 몇번은 한국마켓을 다녀보는 것이 좋다. 나성에 사는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으며, 무엇을 즐기고 커뮤니티에서는 어떤 소식이 나는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집을 구하거나, 혹은 파트타임 잡을 구하고 싶다면 한인마켓을 찾아 게시판을 살펴보면 좋다.

때로는 다양한 취미 생활을 위한 모임 공지도 붙는다. 그러나 대부분 아줌마 아저씨들을 위한 모임이 대부분. 한번은 뭣도 모르고 따라간 등산모임에서, 입구에서부터 막걸리를 마시는 것을 보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다.


다양한 지역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한인마켓 게시판


LA 한인마켓은 꼭 글로서리나 기타 삶에 필요한 것을 사는 것 외에 '정보'를 구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그곳을 찾는 이유일지 모른다. 그러나 난 J가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어디 한인마켓이 좋아요"라고 물으면 여전히 답하기 힘들다. 난 정말 과자 살 때를 제외하고는 한인마켓을 가지 않는다. 그렇지만 누군가 "나성에 가면 어디를 먼저 가봐야 해요?"라고 물으면 '한인마켓'을 가보라고 할 것 같다. 나에겐 지루한 무엇이 누군가에겐 흥미로운 궁금증일 수 있기 때문. 그런데 난 왜 또 여기 왔을까...



* 사진은 오렌지카운티 플러튼 한남체인, 글 내용과는 관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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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Paul 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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