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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폴리 Feb 11. 2018

영화 코코, 보는데 저만 불편했나요?

훌륭한 영화 '코코', 하지만 약간은 불편했던 5가지 이유

아이와 함께 보러 가서, 어른들이 도리어 울고 나왔다는 화제의 영화 '코코'. 저도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울고 웃으면서 재미있게 영화를 봤습니다. '역시 디즈니와 픽사가 만든 영화구나'라고 할 정도로 재미있는 포인트가 많았습니다. 간략하게 정리해보았는데도 꽤 여러 가지가 되네요.

(본 게시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화려하지만 어지럽지 않은 강렬한 색채

멕시코 기념일 '죽은 자들의 날'이 차용된 세계관

뮤지션을 꿈꾸는 천재 기타 소년 미구엘

전설적인 가수의 기타를 만져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간 주인공

그곳에서 만난 의문의 사나이 헥터

가족의 축복을 받아야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는 설정


2017년 추수감사절 기간 북미 1위 영화 '코코'


저도 항상 음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잘 치진 못하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기타를 잡아왔었고, 성인이 되어서도 밴드 활동을 계속 해왔거든요. 한때는 뮤지션이 꿈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을 졸이기도, 신나 하기도 했, 제가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순간이 편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제작자의 의도가 있겠지만, 몇 가지 설정은 제게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좋은 이야기는 써주셨기 때문에, 저는 '코코'를 보며 약간은 불편했던 5가지 이유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무조건 불편했다기보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생각해 봄직한 5가지 포인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1. 이승의 성공 = 저승의 성공?



주인공 미구엘이 동경하던 전설의 뮤지션, 에르네스토 델라크루즈. 그는 생전에 멕시코의 대가수이자 영화배우였습니다. 공연 중 어이없는 사고로 인해 요절했지만, 그가 죽고 난 수십 년 후에도 이승에서는 그를 기념하는 음악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가 생전과 마찬가지로 사후세계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죽어서도 망자들 사이에서 인기 뮤지션으로 명성을 얻고 있으며, 럭셔리한 자신의 탑 꼭대기에서 파티를 개최합니다.


‘코코’의 세계관에서는 사후세계의 지위, 명예, 직업, 부 등이 이승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생전에 유명하거나, 재능이 있거나, 재력이 있던 사람 등 후대에 잘 기억될 수 있기 때문이죠. 살아있을 때 삶의 지위를 죽어서도 유지할 수 있다? '사후에도 변하지 않는 삶과 지위'를 다른 말로 바꿔보 '죽어도 바뀌는 건 '입니다. '죽어서도 셀럽은 셀럽, 거지는 거지, 흙수저는 흙수저 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영화 '신과 함께'의 재판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2. 이승에서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영원히 사라진다?


이승에서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어지면, 저승에서도 먼지가 되어 사라져.



'이승에서 기억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영원히 사라진다.'라는 설정은 우리에게 소중한 사람들 기억하고 생각하게끔 만듭니다. 잊지 않는다는 것, 기억다는 것은 우리가 가져야 할 따듯한 덕목니다. 더 나아가, 사후에도 오랜 기간 기억될 수 있는 사람이 되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영화 '코코'는 어린이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이러한 교훈들을 잘 풀어서 설명해 준 듯합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접근해보면요. 어쩔 수 없이 쉽게 잊히는 사람들, 가령 가족 없이 홀로 살아 기억에 남지 못하는 사람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해봅시다. 안타깝습니다. 사는 내내 사람들을 도우며 살았지만 가족 없이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어떤 이는 바로 불쌍하게 사라져야 할까? 델라 크루즈가 사후세계에서 아직 존재하는 것을 보면, 극 중 등장하지 않는 그의 가족은 그를 계속 기억해주었나 봅니다. 제가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서로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찌 보면 1번 내용과 마찬가지로 사후세계의 삶이 생전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 같아 약간은 씁쓸해집니다.



3. 가족과 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까?



주인공 미구엘은 집안의 음악 금지령 때문에 '가족'과 '꿈',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뮤지션이 되겠다 결심하지만, 할머니는 그의 기타를 발견하고 화를 내며 부셔버리고 맙니다. 이 장면은 '가족'과 '꿈', 둘 다 잡고 싶어 하는 미구엘에게, 그리고 같은 바람을 가지고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충격, 상심, 그리고 안타까움을 안겨줍니다. 영화 스토리에 있어서 꼭 존재해야 했던 이 장면을 통해, 영화는 관객에게 '가족'과 '꿈' 중 무엇이 더 소중할까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결말은 '가족'과 '꿈'을 둘 다 잡는 미구엘의 해피엔딩으로 보입니다. 가족과 음악이 하나가 된 이상적인 결말이죠.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음악'이 음악 그 자체보다 가족의 화합을 이루게 하는 도구로써 더 강조되어 보입니다. 가족이 우선인지, 꿈이 우선인지 정답은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정답을 주는 것과 같은 것이죠. 이분법사고방식이 교묘히 비틀어 표현된 것이 아닐까요.  둘 다 소중하다고 말하지만 결국 '가족을 위한 음악이 정당성을 얻는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4. 고조할아버지 기타는 허락 없이 빌려도 된다?



미구엘은 음악제에 나가기 위해 델라 크루즈 기념관 벽에 걸려있는 기타를 빌리려고 합니다. 스토리 상 사후세계로 들어가는 연결고리로 꼭 필요한 이 장면에서 저는 약간의 찜찜함을 느꼈습니다. 그가 동경하고, 그가 고조할아버지라고 믿고 있는 사람의 기타를 빌리는 것 까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정당화되기엔 허락받지 않고 빌리는 행위였던 것이죠.


어떻게 보면 크게 잘못돼 보이지 않고,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현실 상황에서 생각해보면 고조할아버지라고 믿는 분의 기념관에 걸려있는 기타를 주인의 허락 없이 빌리는 행위가 옳을까요? 내가 돌아가신 고조할아버지의 가족이기에 이해해달라는 것으로 정당화될까요? 대답 없는 허공에 이야기를 하고 기타를 가져가는 행위가 옳을까 생각해봅니다. 영화를 너무 모두까기 인형처럼 바라봤나 싶지만, 허락받지 않고 빌린 기타는 결국 훔친 기타가 됩니다. 결국 진실이 밝혀지고 기타는 미구엘에게 돌아가긴 했지만요.


영화적 상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설정과 영화에서 드러나는 가치관의 설정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들도 함께 보는 영화인 만큼 잘못된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았을까요. 특히 디즈니, 픽사 영화에서는 더 엄격한 잣대로 도덕관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 스페인어와 영어가 섞인 대사?


영어 더빙판에 해당되는 내용인데요. 영어 더빙 '코코'의 기본 언어는 영어지만,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스페니쉬 억양의 영어를 사용하고, 중간중간 스페인어를 사용합니다. 영화적 설정, 국제 정서, 배급의 문제 등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영화의 배경이 멕시코이고, 등장인물도 모두 멕시코 사람인데 굳이 이렇게 만들어야 했을까 싶었습니다. 만약 우리나라의 입장으로 생각을 해본다면, 한국 사람들을 표현하기 위해 한국 억양의 영어를 사용하다가, 중간중간 한국어를 사용하는 설정이 되겠죠. 또 모두까기 인형에 빙의되었는지 모릅니다만, 슬쩍 불편하더라고요. 미국에서 살고 있는 멕시코 가족의 설정이라면 모를까요.


영화 외적인 내용이지만 멕시코에서는 모두 스페인어 더빙이 사용되었으며, 입모양은 영어 더빙판에 비해 잘 맞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상업적인 이유로 영어 버전이 메인으로 제작되었고, 멕시코 느낌을 더하기 위해 스페인어 + 영어를 섞은 스팽글리쉬를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코코의 캐스팅은 대부분 멕시코인이거나 히스패닉 계였고 제작진의 다수가 미국계 백인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요소가 영화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코코'를 보며 불편했던 5가지 이유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제작자들이 그들만의 의도를 가지고 영화적 설정의 세계관을 구현했겠지만, 저는 비판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만한 점들에 대해 생각을 풀어봤습니다. 저만의 생각일까요? 여러분의 생각도 궁금하네요. 영화는 분명 훌륭하고 재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의견 있으시면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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