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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루 Apr 14. 2019

영화_바이스VICE


 루저라 부를 수 있는 한 남성과 911 테러 장면으로 이 영화는 시작한다. 그리고 그 루저가 이 역사적인 사건 속에서 어떻게 역사적인 인물이 될 수 있었는지를 복기한다. 감독의 목적은 폭로와 비판인 것 같다. 그러나 그 대상이 단지 한 인물, 한 권력 집단을 향하지 않는다. 되려 주인공을 아주 가족적인 인물, 할리우드에서 그려내는 흔한 영웅의 성공담으로 그려낸다. 그의 삶은 밑바닥에서 시작해서 그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성공을 거두고 좌절을 이겨내며 가족을 사랑하는 남자로 성장한다. 익숙하고 진부한 이 스토리로 크레딧을 올려버리는 감독의 센스에 박수가 나왔다.

 그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드라마를 깨버리는 현실의 벨소리. 그의 뒷이야기가 펼쳐지고 그와 그의 팀이 행한 일들과 그 결과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런 와중에도 주인공은 자신의 캐릭터를 잃지 않는다. 악행을 하지만 여전히 선하고 따뜻한 구석이 있는 모습에 관객들은 당황한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다. 감독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며 비판하는 대상을 이와 같은 연출들로 표현한다. 루저였던 한 남자를 그 자리에 앉히고 그런 권력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시스템이라는 것, 민주주의의 주인이라는 것, 분노의 질주나 기대하거나 서로 감정을 내세우며 싸우기 바쁜 머저리들이라는 것, 그리고 우리라는 것. '빅쇼트' 때 보다 더욱 노련해지고 대답해진 아담 멕케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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