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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루 Mar 10. 2019

드라마_After Life

Netflix Drama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을 잃은 슬픔이란 무엇일까?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쉴 새 없이 폭력적으로 몰아붙일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반응은 무엇일까? 주인공 토니처럼 파괴적인 언사로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고 줄리언처럼 최후까지 자신을 방어하던 팔을 축 늘어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토니는 유쾌한 사람이었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는 장난을 좋아했고 진심으로 자신과 주변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만나본 적 없이 큰 힘을 가진 슬픔을 '슈퍼파워'라 명명하는 재치도 가지고 있었다. 죽어버리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유머를 잃지 않았다. 그게 토니란 남자가 가진 진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토니에겐 슬픔을 함께 견뎌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진정한 그의 친구였던 레니, 적극적으로 토니를 슬픔에서 꺼내 주고자 했던 처남, 토니 대신 눈물을 흘려준 샌디, 그리고 그가 속한 지역 사람들. 무료 지역 신문 기자인 그의 업무는 주민들의 제보를 받아 취재를 다니는 것이었다. 한심하고 시답잖은 일들로 신문에 오르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토니는 그들을 비웃었다. 그러나 언제나 웃고 있는 건 그들이었고 울상인 건 토니였다. 자신과 비슷한 모양의 슬픔 속에서 우연히도 똑같은 모양의 엽서를 연속으로 받았다는 노인은 해맑게 웃어 보였다.  토니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들에게 가장 지독하게 굴었다. 어쩌면 그만큼 믿었던 것 같고 그래서 솔직했던 것 같다. 솔직한 자신의 슬픔을 내비쳐도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 어떤 모양이던지 그 슬픔을 함께 짊어져줄 거란 믿음.


 슬픔이 우리의 목을 겨누는 가장 큰 무기는 '삶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이다. 행복할 때는 사소한 것마저 "이런 게 사는 이유지!"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슬픔은 세상 모든 것을 부질없고 허무하다고 힐난한다. 그 쉴세 없는 폭력에 눈빛이 흔들리는 그 순간 슬픔은 대뜸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마침내 머뭇거리는 우리의 입에 총구를 들이밀고 우리의 손을 잡아 방아쇠를 잡게 만든다.

 슬픔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건 거창한 삶의 이유가 아니다. 오히려 행복의 이유가 되었던 아주 사소한 것이 슬픔을 이기는 답이 되는 경우가 많다. 토니를 살린 것이 브랜디에게 밥을 줘야 했기 때문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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