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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루 Jan 29. 2017

서럽게도 굵은 눈이 내렸다.

유난히 잠이 오지 않던 그날 밤 

세상 가득 소복한 눈이 쌓였다. 

겨우 잠에 들었다. 아주 잠깐, 

내가 눈을 붙인 그때에 

보다 깊이 아주 편한 잠에 든 그대


나 혼자 눈을 뜬 늦은 아침. 차가운 눈을 쓸어버렸다. 

계단부터 골목까지 슥슥 쓸어 낸 눈은 참으로 가벼웠다. 

허나 난 그것들을 정리하느라 무진 애를 써야만 했다. 

이 차가운 공기 속 내가 뱉는 숨만 끓어올랐다.


아름다운 꽃에 둘러 쌓인 그 눈송이는 아주 맑고 고왔다. 

잠시 눈을 감고 그 얼굴을 그려보았다. 

아직은 선명하니 다행이구나. 

처언천히 눈을 뜨고 

하얀 꽃 한 송이를 그 눈송이 곁에 더 했다.


그대 차가운 팔과 손을 만졌다.

좀처럼 나의 체온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시니, 

상해버린 속이 선혈을 흘리며 북받쳐 올라왔다. 

늦은 밤인지 이른 새벽인지 

이토록 굵고 서늘한 눈이 내 뺨을 어루만짐은 왜일까.


하얀 눈송이가 된 그대는 내 손에 가벼웠다.

아, 그대는 이제 홀가분한가, 그렇담 다행이다.

정녕 그대를 떠나보내야 할 순간

서럽게도 굵은 눈이 내렸다.


하얀 그대를 닮은 눈이

내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안녕,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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