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잠이 오지 않던 그날 밤
세상 가득 소복한 눈이 쌓였다.
겨우 잠에 들었다. 아주 잠깐,
내가 눈을 붙인 그때에
보다 깊이 아주 편한 잠에 든 그대
나 혼자 눈을 뜬 늦은 아침. 차가운 눈을 쓸어버렸다.
계단부터 골목까지 슥슥 쓸어 낸 눈은 참으로 가벼웠다.
허나 난 그것들을 정리하느라 무진 애를 써야만 했다.
이 차가운 공기 속 내가 뱉는 숨만 끓어올랐다.
아름다운 꽃에 둘러 쌓인 그 눈송이는 아주 맑고 고왔다.
잠시 눈을 감고 그 얼굴을 그려보았다.
아직은 선명하니 다행이구나.
처언천히 눈을 뜨고
하얀 꽃 한 송이를 그 눈송이 곁에 더 했다.
그대 차가운 팔과 손을 만졌다.
좀처럼 나의 체온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시니,
상해버린 속이 선혈을 흘리며 북받쳐 올라왔다.
늦은 밤인지 이른 새벽인지
이토록 굵고 서늘한 눈이 내 뺨을 어루만짐은 왜일까.
하얀 눈송이가 된 그대는 내 손에 가벼웠다.
아, 그대는 이제 홀가분한가, 그렇담 다행이다.
정녕 그대를 떠나보내야 할 순간
서럽게도 굵은 눈이 내렸다.
하얀 그대를 닮은 눈이
내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안녕,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