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사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루 Sep 24. 2017

꿈이었다.

1.

 날이 화창한 어느 날 하늘을 보니 시간은 오후 4 시쯤인 듯했다. 어떤 건물 안에서 창밖을 보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짐을 꾸리듯 분주했고 대부분 내가 실제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캠프를 마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려는 듯했다. 그때 엄마와 여동생이 내게 다가왔다.

 난 대형 버스에 타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엄마와 여동생은 내 바로 앞에 서 버스에 막 타려던 참이었다. 난 갑자기 생각 난 듯 막내 동생을 찾았고 그와 동시에 막내 동생은 더 이상 우리 곁에 없다는 걸 알았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보니 버스에 올라앉을 자리를 찾는 엄마와 여동생의 뒷모습이 한없이 쓸쓸해 보였다.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켰다. 막내에게 전화를 했다. 무한하게 울리는 신호음. 집에 가서 기다려도 막내는 돌아오질 않는다. 아직도 내 방엔 막내의 물건이 남아 있었다.

 막내는 실종됐다. 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막내와 나눈 마지막 대화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본 막내의 모습도 기억나지도 않았다. 방에서 웅크리고 숨죽여 울었다. 눈물이 너무 뜨거워서 그게 아파서 잔뜩 얼굴을 찡그리며.


2.

 장례식장이었다. 조문객들에게 음식을 챙겨주는 내 왼쪽 팔엔 상주의 완장이 거북하게 걸려있었다. 

 침울한 분위기. 엄마의 낯빛은 회색에 가까웠고 동생들은 충혈된 눈으로 일손을 거들고 있었다. 

 영정 사진 속 아버지. 분주히 왔다 갔다 하면서 몇 번 눈이 마주쳤지만 슬프지 않았다. 커다란 피곤이 느껴졌고 감정은 바위처럼 단단하고 말라붙어있는 듯했다. 장례식은 오늘이 마지막이었고 발인을 앞두고 있었다.

 이른 새벽. 모두가 떠난 자리. 잠시 바람을 쐬고 다시 들어온 장례식장은 고요했다. 아버지 사진 앞에 앉았다. 순간 산사태가 난 듯 몸도 마음도 무너져버렸다. 죽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오열하며 몸부림쳤다. 여태 날 짓누르던 건 피곤이 아니라 슬픔이었다. 그걸 받아들이기 싫어서 커다란 바위로 내 마음 문을 막아버렸던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마음속에서 아버지의 것을 발견해버렸다.

 날 부르는 아버지의 목소리.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다 끝난 것 같았다.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엄마가 뛰어와 내 등에 손을 올리시며 함께 우셨다. 아버지가 죽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얀 우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