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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루 Oct 06. 2018

영화_베놈Venom

 어릴 적부터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광팬이었던 나로선 베놈이란 캐릭터는 그야말로 '애증'이었다. 때로 스파이더맨보다 베놈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 난 그런 놈이었다. 주인공보다 악당을 더 좋아했다. 만화, 영화, 게임 속에서 주인공에게 짓밟히기만 하는 악당들에게 난 더욱 마음이 갔다. 주인공보다 강하게 등장했지만, 그들의 교만이 결국 그들을 무너트리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랬기에 베놈 예고편을 보고 큰 기대를 품었다. 그들이 내건 슬로건은 내가 히어로물과 그 속의 빌런들을 사랑하는 심리를 저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는 실망적이었다. 철저히 극본의 실패였다. 사소한 개연성을 무시하고 너무 뻔한 플롯과 캐릭터들이 난무했다.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드레이크'는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자 손을 든 소녀를 향해 갑자기 개똥철학을 내뱉더니 달라고 하지도 않은 벳지를 주더니 정작 소녀의 질문은 듣지고 않고 자리를 뜬다. 이런 부분마저 간과한 극본에게 더 큰 것을 기대 할리 만무하다. 뻔할 뻔자.


 가장 큰 실망은 캐릭터를 다루는 능력에서 받았다. 주인공인 베놈의 정체성조차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영화다. 베놈의 변심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애디의 몸에 들어가서 기껏해야 이틀 정도 있어놓고 갑자기 지구가 좋아졌다니.. 그 와중에 세계 일주를 한 것도 아니고 인류애를 느낀 것도 아니고 동물원을 탈출한 짐승처럼 쫓기기만 해놓고 갑자기 지구와 인류를 지켜야겠단다. 더욱 가관은 영화 막바지에 애디와의 대화다. 이건 뭐 베놈을 그냥 말 잘 듣는 애완동물 수준으로 전락시킨다. 영화 속 베놈에게서 빌런의 'v'자 하나 찾아보기 힘들다.


 작은 소녀를 무시한 극본은 세계관 자체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영화를 보면서 여기가 미국에 있는 차이나타운인지, 홍콩에 있는 미국 회사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배경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극본은 주인공의 정체성도 설명하지 못했고 결국 영화의 주제 하나 제대로 설득시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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