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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루 Nov 28. 2018

영화_스포트라이트Spotlight


 손에 칼을 쥐고 있다. 대적하는 상대를 향해 들 때 이것은 무기가 된다. 그렇지 않은 상대를 향해 들 때 이것은 흉기가 된다. 오늘날 정보는 이 칼과 같다. 그 쓰임에 따라 지킬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다. 이 비유를 현대에 맞게 총으로 비유해보자면, '스포트라이트' 팀은 저격총과 같다. 오랜 시간 타깃을 겨냥하고 총알이 타깃에게 닿기까지 영향을 끼칠 모든 것들을 조사, 분석한다. 이 영화는 한 몸처럼 호흡하는 저격팀의 신중함과 예리함으로 무장되어 있다.


 스포트라이트 팀이 속한 보스턴 글로브의 구독자 중 다수, 스포트라이트 팀이 속한 보스턴 사회 속 대다수가 가톨릭을 종교로 갖고 있는 상황 속에 총구를 가톨릭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제 몸에 총을 겨누고 있는 것과 같을 것이다. 자기 몸에 칼을 대고 과일을 깎을 때와 같은 대담함을 갖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온몸에서 저항의 신호를 보낼 것이고 의식이나 무의식이나 그 신호들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화가 그려내는 스포트라이트 팀의 상황이 그러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육체의 썩은 부분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썩은 부위를 중심으로 주변도 썩고 있다면, 그것을 도려내야만 한다. 스포트라이트 팀에겐 칼이 있었고 그것을 다룰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집도가 시작된 것이다.


 쏟아지는 제보전화를 받으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이 수술은 아직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엔 안도의 한숨도 감격의 눈물도 위로의 손짓도 없다. 그리고 이 문제는 더 이상 보스턴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당신의 주변을 돌아보라!" 외면하던 문제, 덮어버리고 넘어가던 일들이 누군가를 죽이고 있을 수도 있다. 언젠가 그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 썩어버리게 하는 병균만큼 그것이 썩도록 내버려둔 행위에도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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