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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 잔, 혹은 여유

적당한 알코올 섭취는 기분 조절에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by 폴짝

제 구독자님들께서는 아시겠지만, 저는 꽤 오랫동안 조울증을 심하게 앓았고, 수년 전부터 서야 이 병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저는 제 병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술을 완전히 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최근 들어 기분 조절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면서, 저녁 식사나 부모님과 함께하는 주말에 맥주 한 캔이나 하이볼 한 잔처럼, 가끔은 가볍게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사실 알코올은 '다우너(downer)'로 분류되는 물질입니다. 다우너'란, 문자 그대로 '기분을 '다운'시키는 작용을 하는데요.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도가 높을 때 적절한 양의 술을 마시면 기분 진정 작용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음하지 않고 스스로 알코올 섭취량을 조절할 수 있다면, 특정 상황에서는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달빛와인 @ 인천 계산동


최근 동네에 '달빛와인'이라는 이름의 와인바가 생겼습니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건물 외벽에 옛날 영화를 프로젝션 해 놓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시네마 천국'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호기심에 부모님과 산책하다 말고 불쑥 들어가 보니,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였습니다. 가볍게 하우스와인 세 잔을 시켜 즐겁게 이야기 나누다 돌아왔는데요. 적당한 알코올 섭취는 대화를 더욱 자연스럽게 이어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제 조울증 여정에 또 하나의 작은 시도가 추가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술을 완전히 끊는 것이 아니라, 자제하면서도 적당히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삶 속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주치의 선생님도 말씀하셨듯이, 가끔은 와인 한 잔 정도 여유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을입니다. 풀벌레들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주장하는 소리가 작지만 와글와글 난리입니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와인 한 잔을 하러 다시 가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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