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증이 조증으로 심해지기 전에 막는 방법
최근에 경조증이 살짝 왔습니다. 약을 꾸준히 잘 먹어도, 때로 특별한 이유 없이 재발하기도 하는 게 조울증입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대응을 잘해서 금세 안정기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회복탄력성이 좋아진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할 겸, 다른 분들께도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경조증 대처 요령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증상에 따라 처방을 수정하고, 처방약을 잘 챙겨 먹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조울증 약을 먹는 일이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물론, 약에 대해 강박 관념을 갖거나 거기에 인생이 매몰되자는 것은 아닙니다. 약은 조울증 치료와 관리에 기본이라는 뜻입니다.
수면의 양과 질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중요하지만, 조울증 환자에게는 '정말로' 중요합니다. 저는 특히 경조증 시기에는 하루 최소 7~9시간 정도 자 주고, 자는 시간을 밤 11시~12시 사이로 일정하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잠을 자는 동안 낮에 소모한 에너지가 충전되고, 컨디션이 회복됩니다. 경조증의 에너지를 유지하고 싶다면(사실 경조증 상태에서 안정기로 돌아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지만) 잠을 잘 자면 도움이 많이 되더라는 게 제 경험입니다.
경조증-조증이 되면 생각이 빨라지고, 그 생각을 따라잡기 위해 말도 덩달아 빨라집니다. 이건 최근에 느낀 사실인데, 하고 싶은 대로 말을 다 하면, 그 말들이 감정을 더 상승시키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순간적으로 감정이 해소되는 느낌이 들 지 모르나, 조증에 해로울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한 까닭은, 하고 싶은 말 중에서 필요 없는 말들을 줄이고 침묵해 보았더니 비교적 기분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감정이 널뛸 때, 의식적으로 말을 줄여 보세요.
생각이 빨라지고 의욕이 마구 넘쳐날 때, 잠시 멈춰 아무것도 안 하고, 아무 생각도 안 하는 시간을 가지면 도움이 되었습니다. 위와 같이 말을 중단해 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두뇌를 쉬어 주면, 과활성화된 두뇌가 안정되는 쪽으로 상태가 변합니다. 요즘에는 특히 스마트폰 때문에 뭔가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가 더욱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뇌를 쉬어 주는 시간이 더 소중한 것 같습니다.
경조증-조증 시기에는 꼭 해야 할 일들이 시시때때로 너무나 많이 떠오릅니다. 이럴 때는 잠시 멈춰서, 일단 할 일 목록을 작성해 보세요. 그리고 작성한 목록 중에서 중요한 것만 골라 실행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해 봅니다. 아무리 경조증 상태라고 해도, 하루에 쓸 수 있는 에너지의 양, 그리고 시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에너지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전부 써버리기보다는, 조금 아꼈다가 다음날 다시 이어 사용하면 번아웃과 같은 상태에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매일 일기를 쓰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꼭 종이 일기장이 아니라 앱을 사용해도 좋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때때로 지난 일기를 다시 읽어 보는 게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기분 일기 앱 중에는 기분 변화 추세를 그래프로 그려 주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확인하면 기분 변화를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1.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Practice Guideline for the Treatment of Patients with Bipolar Disorder.
2. Harvey, A. G. (2008). Sleep and circadian rhythms in bipolar disorder: Seeking synchrony, harmony, and regulation.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6. Miklowitz, D. J. (2008). A Family-Focused Treatment for Bipolar Disorder: Evidence and App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