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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Lee Mar 11. 2017

2011년 10월 21일

화장실의 전등을 통해 진리를 깨닫다

9월 말에 멜번에 도착한 나는 내가 살아야 할 집을 직접 인스펙션(집의 컨디션을 조사하는 것, 집에서 나갈 때 이 인스펙션 내용과 비교하여 더 망가진 것은 보수하고 나가야 한다.)을 해야 했다. 열심히 집을 돌아보던 중, 마스터룸(제일 큰 방, 한국의 안방처럼 화장실이 붙어있다.)의 화장실에 전등이 두 개가 달려있는 걸 보았다. '응? 왜 화장실에 전등이 두 개나 있지?' 하며 문 옆의 스위치를 끄고 켜보니 하나만 불이 나갔다 들어왔다하고 나머지 하나는 도무지 꺼지지가 않는 것이다. 살짝 당황했다. '호주 전기세는 엄청 비싸다던데 이걸 하루 종일 켜놓으면 전기세 장난 아니겠다.ㅠㅠ'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스위치를 찾았지만 결국은 찾지를 못했다.

그날 밤, 끌 수 없었던 그 전등이 꺼져있는 걸 보고는 속으로 '아하! 태양열을 이용하는 전등인가 보다.'라며 신경을 끄고 살았었는데..

 몇 주 후 어느 낮시간, 화장실에 있었는데 하늘에 한 무더기 구름이 지나갔다. 그런데 "태양열로 켜지는" 전등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가 환해지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난 깨닫게 되었다. "태양열로 켜지는 전등"은 사실 "하늘로 향해 뚫린 창"이었던 것이다.

호주 사람들의 지혜로움과 나의 무지함을 동시에 깨달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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