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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Lee Mar 06. 2017

멜번에서의 둘째 날(1)

멜번에서 방황하다

2011년 9월 29일.. (1)

우리가족이 멜번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나는 호주 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일-계좌개설, 핸드폰개통 등-을 처리한다는 역사적 사명을 띄고 혼자서 시티로 나가야만 했다. 당시 우리집은 클레이튼이라는 동네였고 기차-우리나라 전철과 비슷함-역은 헌팅데일역과 클레이튼역 중간쯤에 위치해 있었다. 거리 상으로는 클레이튼역이 조금더 가까웠지만 시티로부터 가까운 zone1의 마지막역이 헌팅데일역이었기 때문에 한 정거장 차이로 가격이 두 배 정도 된다. 당연히 걸어서 15분 쯤 걸리는 헌팅데일역에서 기차를 타고 시티로 향한다.

호주는 처음 와봤기 때문에 지리도 모르고, 당시 나는 영어도 거의 맨땅에 헤딩 수준이었기 때문에 가면서도 적잖이 걱정이 되었다. 요즘이야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확인해 가며 길을 찾아가면 되지만 그때는 한국에서 얻어간 낡은 스마트폰은 개통 전이었기 때문에 인터넷도 안 되었고, 한국과 달리 개방와이파이가 없었던 터라 출발하기 전 찾아가야 할 건물을 몇 번이나 지도 상에서 확인하고 출발했다.

시티 쪽으로 들어가는 모든 기차는 내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기 때문에 잘못 탈 걱정은 없었다. 다만 리스닝이 극악의 수준이었기 때문에 차내 방송으로 나오는 기차역 이름은 거의 안 들리고 기차 칸칸마다 달려있는 전광판에 나오는 역이름을 뚫어져라 보면서 긴장하고 타고 갔다. 다행이 어렵지 않게 Flinders Street Station에 도착했다. 내리고 보니, 아뿔싸! 어느 출구로 나가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출구번호도 없고... 다행이 큰 역이라서 안내센터가 있었다. 소중히 모시고 간 명함에 적혀있는 주소를 보여주며 여기를 찾아가야 한다고 어디로 나가냐고 물어보니 출구를 알려준다.

내가 가야할 곳은 369 Little Collins Street이다. 미리 외운 길 따라 가다보니 Little Bourke Street이 나온다. '어라? 이 길인가?'하고 좌회전해서 따라가다가 지나가는 행인1에게 물어보니 이 길이 아니란다. 다시 아까 그길을 찾아서 좀더 가다보니 Collins Street이 나온다. 이 길 다음이다. 좀더 걸어서 리틀 콜린스 스트릿을 찾아서 건물주소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걸어간다.

결국 찾고자 하는 건물을 찾아서 10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그런데, 그런데... 10층을 다 돌아다녀 봐도 찾고 있는 간판이 안 보인다. ㅠㅠ 그래서 같은 층에 있는 여행사-직원들이 인도 사람이었다.-에 가서 명함을 보여주며 이 회사를 찾고 있다고 말하니 직원이 내 손을 잡고 문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찾아준다. 결국은 문이 활짝 열려 있는 한 사무실을 찾았다. 문이 활짝 열려있는 바람에 문에 붙어 있던 간판이 안 보였던 것이다.

그렇게 다행이도 목적지에 도착했고, 담당자를 만나서 도움을 받게 되었다. 먼저 은행에 가서 계좌를 개설하려고 하는데 내 개인정보를 다 적고 한국에서 발행해 간 여행자수표를 입금하려고 보니, 사인이 하나도 안 되어있다고 해서(ㅜ.ㅜ), 그 자리에서 몇 백 장의 여행자 수표에다가 사인을 했다. 다 하고 나니 팔도 후들거리고 다리도 후들거린다.

몇 가지 서류 처리를 하고, 마지막으로 핸드폰을 개통하려고 하는데, 개통에 몇 시간이 걸린단다. 그래서 일단 개통을 맡겨놓고, 나중에(2-3일 후) 집으로 가져다 준다기에 알겠다고 하고 집주소를 알려줬다. 사실 걱정이 좀 되었다. 집에는 전화기도 없고, 핸드폰도 없고.. 어떻게 연락을 하지? 결국은 이메일로 연락하기로 하고 이메일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돌아가는 길의 험난함은 다음 시간에 올려야겠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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