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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Lee Mar 09. 2017

1년

어학원에 다니다

2011년 9월에 멜번에 도착한 이후, 10월에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1년 동안 일도 하지 않고 어학원에서 영어만 공부했다.

6개월 씩, 2개의 어학원을 다녔다. 사실 처음 어학원 등록을 할 때 IELTS(호주 이민을 위해 꼭 필요한 영어 테스트)반으로 신청을 했는데 첫주 수업을 듣고 멘붕이 왔다. 선생님의 말을 20-30% 밖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도 엄청 집중해서 들어야만 했고, 선생님이 뭔가를 시키면 제대로 알아듣지를 못하기 일쑤였다. (나는 그래도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배운 것인데, 영어를 하나도 모르는 딸래미가 영어수업을 듣고 있을 걸 생각하니 참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첫주가 끝나는 시간에 선생님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되는 영어, 안 되는 영어 다 동원해서 나의 부족함(?)을 알렸고 선생님과 학원매니저와 함께 얘기를 해서 반을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옮긴 반이 General English - Intermediate반이었다. General English는 Elementary->Pre-intermediate->Intermediate->Upper-intermediate->Advanced 과정이 있었고 나는 그 중 세번째 반에 들어간 것이다. 사실 고등학교 시절 영어공부를 꽤 열심히 했던 나는 문법적으로는 나름 괜찮은 수준에 올라 있었고 그것을 알아차린 인터미디엇 선생님은 일주일이 지나자 "너는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나를 다음 수준인 Upper-intermediate으로 강제로 옮겨주었다.

2주 만에 반을 두 번이나 바꾸고 정착한 반이 Upper-intermediate이다. 여기서 10주 동안 열심히 공부를 하게 된다. 2-3주 지나자 반의 친구들이 내 문법실력(?)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매주 새로운 챕터를 배우고 챕터가 끝날 때마다 시험을 보는데 시험을 보면 거의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으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가끔 분위기 전환도 하고, 실력 테스트도 할 겸 간단한 게임도 하는데 한 사람이 칠판을 등지고 서있으면 선생님이 칠판에 그 주에 배운 어려운 단어를 쓰고 다른 사람들이 그 단어를 설명하면 맞히는 게임이다. 청팀, 백팀을 정해서 한 명씩 나와서 게임을 하면 나는 100%의 확률로 이긴다. 그래서 6주차인가 되었을 때에 친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선생님에게 "폴(Paul)은 다음 반으로 보내주세요."라고 탄원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모든 주장과 탄원을 덮고도 남을 사건(?)이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선생님과 일대일 스피킹 인터뷰였다. 그 주의 주제는 음모론(conspiracy theories)였고, 나는 나름대로 한국의 상황을 얘기한다는 것이 "천안함 사건"을 예를 들었고, 한국어로도 설명이 잘 안 되는 그 상황을 영어로 얘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시도였는지 금세 알게 되었다. 떠듬떠듬 설명하면서 땀을 줄줄 흘리고 있으니 선생님은 그만 하자고 한다. ㅠㅠ 그 일로 인하여서 친구들이 나를 윗반으로 옮겨주라고 하면 선생님은 대뜸 "폴은 스피킹에 큰 문제(?)가 있어서 여기 있어야 해."라면서 내편을 들어주었다. 이걸 좋아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헷갈렸다.

어쨌든 그렇게 나의 영어공부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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