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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dia May 26. 2020

결혼 준비 첫번째,  엄마와의 여행

그리고 동거를 선언했다 

결혼을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결혼할 때가 있다고들 말하던데 나에게는 가족의 온도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즈음이 그 때와 같았던 것 같다. 그리고 본가에 놀러가 쉬던 중 엄마와 단 둘이 전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누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새 기차 표를 예매하고 있었고 에어비앤비로 급히 숙소도 예약한 후 짐을 싸서 출발했다.


기차를 나란히 같이 타고 출발했다. 엄마는 기차 여행이 너무 오랜만이라 신난다고 했다. 엄마도 여행이 즐겁다고 하니 기뻤다. 왜인지 나도 친구들이나 혼자 여행할 때와는 기분이 달랐다. 기차를 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전주에 도착했고 우리는 택시를 타고 전주 비빔밥을 먹으러 갔다. 택시에서 내리니 바로 전동 성당이 보여서 사진도 많이 찍고 한옥 마을도 구경했다. 엄마는 이 때 한참 셀카 찍는걸 좋아했는데 셀카봉이 정말 유용하다는걸 나는 이 때 처음 알았다. 아무튼 날씨도 좋았고 햇빛은 뜨거웠지만 걷기 좋은 길이었다. 아, 엄마가 챙겨온 양산도 너무 유용했다.






엄마가 고른 비빔밥집에 마침 자리가 있어 정신없이 맛있게 먹었고, 엄마는 밥 먹는 내내 내 사진을 계속 찍었다. 식당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시장을 구경하며 엄마 옷, 내 옷 한 벌씩 쇼핑도 했다. 시장 구경 중에 엄마는 노란색 원피스를 골라 나에게 권했는데, 나에게는 노란색을 입는다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었지만 '엄마가 너처럼 젊었으면 이런 옷 입었을텐데-' 하는 말에 그냥 가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근처의 한옥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2층 카페에 들어갔다. 우연히도 손님이 우리뿐이여서 서로의 사진도 많이 찍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는 카페에서 엄마는 왜 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엄마는 남는건 사진밖에 없다고 젊을 때 많이 찍어두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또 이어서 사진을 찍다가 카페를 나와 집에 가족들 선물로 가져갈 빵 몇개를 사고, 숙소에서 간식으로 먹을 피순대를 포장해서 숙소로 걸어갔다.






숙소로 걸어가며 지났던 다리, 그 너머로 보이는 산과 하천들을 포함해서 전주의 풍경은 조용하고 넓고 평온한 풍경이었다. 그 길을 엄마랑 같이 걸으며 왠지 다시 예전 함께 살았던 때처럼 조금 더 가까워진 것 같아 기뻤다. 그리고 엄마는 숙소에 도착해서 피곤했는지 바로 낮잠을 잤다. 에어컨을 켜고 나도 옆에서 조금 쉬었고 엄마가 잠에서 깨니 저녁 시간이었다. 간식으로 사온 피순대는 야식으로 먹기로 하고 시장에 다시 나갔다.


저녁의 전주 거리 분위기는 또 달랐다. 낮에는 조용하고 평온했다면 저녁은 꽤 활기찼다. 길거리 밴드의 공연도 열리고 있었고 낮은 한옥풍 건물들에 걸린 조명들,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이 지나다니는 여름 밤 전주의 풍경은 낮보다도 훨씬 활기찬 분위기였다. 그리고 식당을 찾다가 예쁜 한옥풍의 식당이 보여 엄마에게 떡갈비를 먹자고 했다.


떡갈비를 주문하고 엄마는 막걸리도 추가 주문했다. 나는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 식당에 가면 늘 술 주문을 못 챙기는데 엄마가 놓치지 않고 막걸리 한 병 먹자고 해서 오늘은 나도 같이 마시기로 했다. 그리고 곧 주문한 떡갈비가 나왔다. 직원분이 구워주시는 떡갈비를 먹자마자 엄마는 너무 맛있다고, 지금 떡갈비를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우리 집에서 떡갈비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조금 더 맛있고 근사한 최고의 떡갈비 집을 알아뒀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막걸리 한 잔 같이 마시며 엄마의 첫 떡갈비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기뻤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 작은 침대에서 하루 밤을 자고 일어나 다음 날 아침은 숙소의 조식을 먹었다. 과일과 빵, 시리얼을 준비해 주셨는데 당시 아침을 잘 안 챙겨먹던 나에게는 너무나 맛있는 한 끼였다. 그런데 아마 아침 밥을 드시던 엄마는 조금 부족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른 점심 겸 제대로 밥을 먹기 위해 콩나물 국밥 맛집을 찾아갔다. 시장 골목을 돌아 어렵게 찾아갔고 안내해주시는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각자 콩나물 국밥 하나씩을 시켰다.


한 입 먹어보니 이 집은 정말 맛집이었다. 깜짝 놀라서 엄마한테 맛있다는 눈빛을 보내니 엄마는 전주식 콩나물 국밥도 너무 맛있다며, 이것도 또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다고 했다. 어떻게 엄마가 나보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 많은지 조금 놀랐지만 어쨌든 여기저기 엄마랑 많이 다니고 싶어졌다.






그리고 콩나물 국밥을 먹다가 뜬금없이 엄마한테 작은 선언을 했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랑 결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래서 일단 같이 살아보려고.' 나름대로 용기를 내서 동거하겠다는 말을 꺼냈고 엄마는 별 지체 없이 대답했다. '그래, 엄마도 그건 좋은 생각인 것 같아-'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지 않았고 너가 정말로 결혼을 생각한다면 미리 살아보고 결정하는 것이 당연히 맞는 순서라고 대답해줬다. 당시에는 우리 엄마가 이렇게 개방적인 사람이었나? 하고 놀랐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늘 엄마는 딸의 생각과 결정이라면 지지하고 응원해줬었고 저 대답도 그 중 하나일 뿐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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