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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Quinn Nov 10. 2022

[서평]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

철학의 개념과 번역어를 살피다


철학서 특히 번역서로 된 책을 읽을 때 익숙하지 않은 개념과 단어를 접하면 흐름이 뚝뚝 끊기는 경험을 다들 해보았을 것이다. 재독하거나,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으면 그 개념(단어)들이 익숙해지기는 할 테지만 정확한 의미를 '안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건 맥락으로 유추할 줄 아는 것이지 의미를 이해한 건 아니다. 익숙함과 이해는 다른 영역이다.



익숙함을 앎으로 여기는 경우 우리는 적재적소에 그 개념과 단어를 배치할 수 없다. 질문에 답변하는 태도로 그 사람의 지知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듯이 누군가의 질문에 어설프거나 빗나간 대답을 하면 그의 지知의 척도는 '매우 낮음', '전혀 그렇지 않음'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물론 철학을 포함한 인문학 서적에서 다루는 개념과 단어가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생소함이 번역에서 비롯한 문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이 책 저자는 "현재 사용하는 번역어들이 현대 한국어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서문에서 밝힌 바, "각 장마다 특정한 철학 개념이나 문제를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그 설명을 근거로 하여 "어떤 번역어가 왜 문제인지 밝히고, 대체 번역어를 제안"하는 식으로 비판과 제의를 하며 논의를 이어간다.



저자가 제안한 대체 번역어에 대해 공동 저자 김은정, 이승택이 각 장 끝마다 반론을 제기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저자 제안이 반드시 맞다고는 할 수 없겠는데 그런 독자 생각을 알아주듯, 읽으면서 드는 의문들을 김은정, 이승택이 (독자 대신) 반론을 제기한다. 그러면 그 반론에 대해 저자가 다시 응답을 하고 최종 제안을 하는 식이다. 그래서 저자들과 함께 호흡하며 대화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세 저자가 최종 결론에 이르지 못할 때는 전공자의 설명을 기다린다는 말과 함께 판단을 보류하기도 한다. 저자가 책을 쓰면서 가진 기본적인 태도 즉 "배우는 사람 스스로 자신이 무엇을 이해하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늘 검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이 책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는 현대 한국어 현실을 반영한 철학 '번역'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에 흥미를 끌 수 있으면서 한계가 되기도 한다. 번역을 문제 삼는다는 것은 독자가 어느 정도 원서를 읽을 수 있다는 전제를 두고 있기도 하거니와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책은 번역자들을 위한 책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따라서 이 책은 두 가지 방식으로 읽으면 좋겠다. 첫째, 평소에 철학 서적에 관심이 있는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과 단어를 마주했을 때 혹시 이 책 <현대 한국어로 철학하기>에 그 단어를 다루고 있는지 찾아보는 '사전' 형태로서는 매우 유용하다 할 수 있겠다. 둘째, 부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철학 개념을 살피는 책이므로 철학 교양 상식을 위한 책으로도 읽을만하다. 예를 들어 '객관적'objective이라는 단어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관적 요소의 영향을 받지 않는'이라는 뜻도 있지만 '객체에 대한'이라는 뜻도 있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듯이.



판단은 이제 여러분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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