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의 무게
나의 최초의 기억입니다.
할아버지는 나를 앞에 앉히시고 손수 생밤을 깎아 주셨습니다.
할아버지가 깎은 밤은 각이 진 조그만 조각 같았습니다.
밤을 하나 받아 입에 넣고 깨면 ‘다다닥’ 머리가 울리는데 이 소리는 나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겉은 차지만, 속이 촉촉한 밤은 단맛이 납니다. 이 맛도 나만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웃습니다. 할아버지도 웃습니다.
”할아버지는 왜 웃어요?”
외갓집에 서재가 있습니다.
그 방의 모든 물건과 가구는 나보다 오래된 것들입니다.
한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던 서재의 사물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시간이 쌓인 냄새가 납니다.
공기에도 무게가 있다는 것을 그 방에 들어가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불처럼 나를 누르는 방의 기운에 나는 졸음이 올 듯 마음이 편해집니다.
옆으로 누워 숨을 쉬면 배가 불러옵니다. 냄새에도 무게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제 방을 나가야 합니다.
서재의 고요한 시간과 질서가 나의 침범으로 흐트러질까 봐 그 방에 오래 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방은 내 방이 아닙니다.
어느 날 외가를 다시 찾았을 때 방문에 붙은 조그만 메모가 보였습니다.
‘수린이 방’
할아버지는 나에게 작은 우주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나는 밤 맛을 기억하고, 서재를 기억하고, 할아버지를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¹
¹ 글 쓴 이는 내 삼촌의 손녀다. 나는 대필했다. 할아버지 입관 때 전하려 했지만 읽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