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랑곳

07월 29일 토요일 09시 45분쯤

by pq

'털털털털'


파란 벙거지 모자를 쓰고 조끼를 입은 아저씨가 바퀴 달린 작은 장바구니를 끌고 지하철 안으로 들어온다.


아저씨는 곧 능숙한 솜씨로 조끼 주머니에서 안경 하나를 꺼내더니 목청껏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 자, 여기 이 안경으로 말할 것 같으면, 눈이 침침해서 작은 글씨가 안 보일 때, 선명하게 보이게 해 주는데..."


아저씨는 어느새 다른 손으로 작은 글씨가 적혀있는 종이를 들고 있었다.


"안경을 이렇게 가져다가 대면, 안 보이던 작은 글씨들도 아주 선명하게 보입니다. 노안으로 글자가 안 보이는 분들..."


그때, 지하철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안내 말씀드립니다. 열차 내에서는 법에 의해 물품판매를 할 수 없습니다. 물품 판매하시는 분은 이번 역에서 내리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아저씨의 판매행각은 이어졌고, 그때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성승객이 갑자기 아저씨를 불렀다.


"아저씨!"


아저씨가 돌아봤다.


"그 안경 한번 줘봐요."


승객은 안경을 건너 받은 뒤 요리조리 살펴보고 써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얼마예요?"


"5,000원이요. 이게 또 가벼워서..."


"하나 주세요."


'승객 여러분께서도 열차 내에서 물건을 사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저도 한 번 줘봐요."


"케이스는 어떤 색으로 드릴까요?"


이번엔 끝에 앉아있던 여성 승객이 관심을 보이더니 결국 구입을 한다.


지하철 안내방송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아저씨도 승객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저씨는 짭짤한 수입을 내고 다음역에서 하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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