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 혼자

08월 11일 금요일 오후 06시 04분

by pq

신나야 하는 금요일 퇴근길.

그런데 마음이 심란하다.


퇴근길에 오른 지하철 속 사람들은 모두 장우산을 하나씩 들고 있다. 나를 포함해서.


장마가 지나니 폭염이 오고, 폭염이 지나가니 태풍이 왔다. 매년 치르는 행사 같은 날씨건만 매년 찝찝하고 끈적하고 습해서 싫다.


이런 날에 특히 지하철 안은 더 답답하게 느껴진다.

앉을자리는 둘째치고 빼곡히 설 자리마저 비집고 들어가 다닥다닥 서로 살 부딪히며 집으로 가는 길. 그에 더해 젖은 장우산으로 서로의 옷과 몸을 축축이 젖힌다.


북적한 지하철 안 사람들 대부분은 모두 거북이가 된 마냥 고개를 앞으로 쭉 빼고 각자의 휴대폰을 쳐다본다. 몇몇은 전화에다가 몇몇은 옆사람과 함께 수다 삼매경이다.


다행히 나는 자리에 앉았지만, 내가 고개를 들면 빼곡히 서있는 사람들의 정말 딱 민망한 위치에 눈높이가 맞춰진다.


나도 보고 싶지 않다. 그들의 중심을.

그래서 어쩔 수없이 나 또한 거북이가 된 마냥 고개를 쭉 빼고 휴대폰만 쳐다본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오늘따라 더욱이 혼자인 것 같다.


뭔가 허전하고 허하고, 고독하고,

사람들 많은 곳에서 느끼는 외로움이라고나 할까?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해야 하나?

금요일인데 딱히 약속이 없어서 그런 것 일 수도 있다.


오늘은 빼곡한 승객들한테 둘러싸여 푸념을 늘어놔봤다.


태풍아 어서 가거라.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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