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행과 지옥행 그 사이
08월 24일 목요일 오후 06시 38분
"주점장님 전화번호를 제가 알려드릴게요."
"가방이 예쁜 게 많으시네."
"내가 들고 다니기 편하면 돼. 그래도 가벼운 거 들고 다니려고 하는데, 가락동에 많이 있어... 가까운 곳에서 만나는 것보다는... 대리점에서 만나는 게... 시아버지가 반대를 많이 했대요... 왜 그걸 하냐..."
목요일 퇴근길 북적이는 지하철 안.
정확히 내 오른쪽 대각선으로 서 있는 여성 두 명이 한 시간째 수다삼매경이다.
덕분에 나는 그중 한 여성의 직업과 거주지, 직장 상사와의 관계, 지인의 시아버지의 성향까지 알게 됐다.
엿들은 게 아니다.
이어폰이 없다.
여성의 목소리가 크다.
심지어 중간에 내 옆자리가 비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하필 그 여성이 내 옆자리에 앉았다.
"토요일에는 뭐 하세요? 저희는 어차피 계속 있을 거라서... 11시에 끝나서... 어차피 오실 분들 오시고... 왜냐하면 오시라고 했어요... 그것을 떠나서... 지점장님이..."
앉아서도 수다는 끊이질 않는다.
여름의 끝자락에 더위가 꺾이면서 살짝 서늘한 바람도 느껴지는 것 같다.
그래도 북적이는 지하철 안에서 진동하는 찌든 땀 냄새는 여전히 내 코와 머리, 위장을 괴롭힌다. 특히 두 시간 동안 그 냄새를 고스란히 맡아야 할 땐 그야말로 지옥의 철로를 달리는 것 같다.
'모든 것은 사람 마음에 달렸다'라는 그 뻔한 말.
'천국과 지옥은 마음에서 만들어진다'라는 그 식상한 말을 나는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
속이 울렁대고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드는 시큼 퀴퀴한 땀 냄새 때문에 내가 고통스럽지 않았다면, 아마도 나는 수다스러운 여성에게 아무런 신경이 쓰이지 않았을지 모른다. 어쩌면 여성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여성이 귀엽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나는 지금 진동하는 찌든 땀 냄새가 힘든 거다.
그래서 마음이 불편한 거다.
마음이 불편하니 지하철 안이 지옥인 거다.
그런 거다.
지금 이 순간이 휴가를 떠나는 길이었다면, 이 똑같이 냄새나고 시끄러운 지하철 안은 분명 나에게 천국이었겠지...
......
그런데 잠깐,
그런 것이라면, 천국과 지옥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에 달린 것이 아닐까?
그런데 또...
내가 처한 상황은, 내가 어떻게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마음'이 답인 건가?
그래...
그런 걸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