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이 많아 내가 괴롭다 그대야..

09월 06일 18시 11분

by pq

수요일 퇴근길.

운 좋게도 코너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운'이라는 말,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걸 지하철 안에서 또 한 번 느낀다.


앉아서 퇴근길에 오르게 된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지만, 코너에 앉은 덕분에 내 옆과 앞에 무난하지 않은 남성 두 명이 자리를 잡았다.


먼저 내 옆의 남성.

몸을 가만두지 못한다.

특히 상체 부위를 뒤틀고 제치고 난리다.

문제는 그럴 때마다 그의 넓은 등짝이 내 정수리를 내리친다는 것이다.

치고 뒤돌아보고 고개 끄덕 사과하고... 치고 뒤돌아보고 고개 끄덕 사과하고...

이제는 '지금쯤이면 치겠군...' 대충 예상이 된다.


다음은 앞에 있는 남성.

지하철 안으로 들어설 때부터 심상치 않았다.

심상치 않았다.

그의 몸짓이.

심상치 않았다.

그의 냄새가.

힙합스타일 차림의 그는 휴대전화로 게임을 즐기면서도 몸으로는 리듬을 타고 있었다.

내 앞에서.

펑퍼짐한 티셔츠를 펄럭 펄럭대며.

춤을 춘다.

계속.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펄럭펄럭 땀냄새를 나에게 풍기며.

괴롭다.

그는 흥에 겨운데, 나는 너무너무 괴롭다.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둘 다.

제발...


우리는 좋은 냄새는 '향기'라고 한다.

불쾌한 냄새는 '냄새'라고 한다.

사전적으로도 그렇게 구분하고 있다.


가끔씩 지하철 옆자리에 탄 승객에게서 좋은 냄새, 향기가 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무슨 향수 쓰세요?'라고 물어보고 싶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냄새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옆의 남성도 그만 때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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