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화장실서 마주칠 확률
07월 19일 수요일 오전 06시 20분
2006년도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나는 잠시 울산에 머물고 있었다.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기 위해 준비 중이었는데, 서류제출과 기숙사 등록 등을 위해 자주 서울과 울산을 왔다 갔다 해야 했다.
한 번은 서울에 온 김에 강남에 놀러 갔다. 당시 함께 있던 남자친구와 놀다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강남역에 있는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나오는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주변을 살펴보니,
'헐~'
울산에서 함께 고등학교를 다녔던 같은 반, 그것도 2년 연속 같은 반을 했던 원수가 세면대 앞에 있는 것이 아닌가.
친구가 아닌 원수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고등학교 때 반장이었다.
반장으로서 야자 시간에 애들 조용히 시키고, 떡볶이 사 먹으러 도망 못 가게 하고, 컴퓨터실에서 야동 못 보게 하는 거... 쯤은 모르는 척해줬다.
그런데 스승의 날, 담임선생님 드리기 위해 반 아이들끼리 돈 모아 산 케이크를 이 원수가 케이크에 초도 꽂기 전에 손으로 한 주먹 퍼가서 먹은 것이다.
당연히 케이크는 망가졌고 나는 화를 냈다.
그 원수는 '뭐 이런 걸 가지고 화를 내냐, 먹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도리어 나한테 화를 냈다.
그래서 원수가 된 것이다.
그런 원수를 수년 후 외나무다리가 아닌 강남역 화장실에서 마주치다니...
우리는 서로 놀라움 1/3, 반가움 1/3, 어색함 1/3의 감정으로 인사를 나눈 뒤 헤어졌다.
강남역 화장실에서 울산에서 함께 고등학교를 다니던 친구를 6년 뒤 우연히 마주칠 확률은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