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냉방차

07월 20일 목요일 오전 06시 08분

by pq

'으으으~~'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한동안 장맛비에 습하던 날씨는 갑자기 무슨 변덕인지 뜨거운 햇살이 '쨍~'하고 내리쬐고 있었다.

날씨에 맞춰 입은 민소매와 반바지는 무더운 더위에 완벽했지만 에어컨이 빵빵 터지는 지하철 안에서는 마치 시베리아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머리 위 규칙적으로, 그것도 직통으로 내리 붓는 에어컨 바람.

그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털들은 더욱더 하늘을 향해 솟구쳤고 내 피부는 점점 더 닭살의 형태로 변해 가고 있었다.

'너무 춥다... 약냉방차 칸에 앉았어야 하는 건데...'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점을 꼽으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말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지하철.

외국인 친구들의 말에 의하면 한국의 지하철은 이렇다.


"굉장히 깨끗해."

"와이파이가 터져."

"안내 방송을 다양한 언어로 안내해 줘."

"임산부 배려석이 있어."

"승객들 다치지 말라고 스크린도어가 있어."

"겨울에는 좌석에서 히터가 켜져."

"여름에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줘."


친구들 말대로 에어컨은 정말 빵빵하게 틀어준다.

목적지까지 몇 정거장 남았는지 살펴보는데 내 주변 모든 승객들이 다들 똑같은 자세로 똑같은 소리를 내고 있다.


양팔로 몸을 감싼 뒤 문지르면서,

'으으으~~'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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