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후각도 예민하다
07월 20일 목요일 오후 06시 35분
고백할 것이 있다.
지난번 '쩝쩝 아저씨' 편에서, 나는 오감 중에 청각이 가장 예민하다고 했다.
웬만한 냄새도 참고, 맛없는 것도 먹고, 이상한 것도 만지고, 볼 수 있지만, 거슬리는 소리만큼은 경기를 일으킬 만큼 참기 힘든 고통이라고 고백했었다.
취소한다.
거짓말했다.
아니, 엄연히 따지면 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지하철이란 공간 덕분에 알게 되었다.
나는 후각도 예민하다.
덥고 습한 날,
땀을 뻘뻘 흘린 승객들이 퇴근길 지하철 안에 북적북적 모여있다.
남성들이 뿌린 코롱과 여성들이 뿌린 향수가 땀과 뒤섞여 비릿 시큼한 냄새로 가득 찼다.
특히 승객들이 손잡이를 잡기 위해 팔을 올릴 때 에어컨 바람이 쏴~ 나를 향해 불어주면...
죽음이다.
물론 이건 승객들의 잘못이 아니다.
덥고 습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일한 월급쟁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
다만 내 후각이 예민하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으며 고통스러워할 뿐이다.
그렇다고 청각 예민한 게 없어진 건 아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
옆자리에 앉은 남성 때문에 나는 머리를 풀어헤친 귀신이 됐다.
정장을 입은 남성은 내가 지하철을 타는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내 옆을 함께했다.
'탁! 탁! 탁! 탁!'
남성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탁! 탁!' 치고 있었다. 소리가 거슬려 남성을 쳐다봤더니,
오 마이갓.
남성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자신의 다리 사이 사타구니를 계속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 소리도 거슬렸지만 행동도 보기 민망했다.
고개를 돌려봤지만 소리는 계속 들렸고 남성의 행동도 곁눈으로 계속 보였다.
결국 나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남성이 있는 쪽으로 길게 늘어뜨려 남성을 내 시야에서 벗어나게 했다.
이어폰을 꽂아 소리도 안 나게 했다.
그의 '탁! 탁! 탁!'은 내가 내리는 순간까지 계속됐다.
'아저씨, 누가 보면 오해해요. 지하철에서 변태행위한다고. 멀쩡한 직장인인 것 같더구먼. 그런 거 하지 마세요.'
역시 난 청각에 예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