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ck knock
첫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 조심스럽고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다.
결혼을 하고 아기는 언제쯤 생길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곤 했다. 완벽한 딩크를 계획하지 않는 이상 구체적이진 않더라도 한 번쯤은 지나가는 바람처럼 스치듯 말이다. 너를 닮은 아이, 나를 닮은 아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나도 그런 일반적인 생각을 하는 범부(凡夫) 중 하나였다.
신혼을 조금 즐기고 가지면 좋겠다마는, 내 나이가 비록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닐지라도, 그래도 워낙 요즘 초혼 연령이 늦은 탓에 아기가 금방 생기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혼하자마자 피임을 하지 않는 것도 꽤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했고, 임신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두세 달을 지나고 난 뒤에도 아무 소식이 없을 때쯤 배란일테스트기를 사서 시도해 봤다. 하지만 배란일테스트기를 쓴다고 해도 배란 피크 시기를 맞추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건강한 20, 30대 초반 부부가 한 달 동안 피임 없이 관계하면 임신될 확률이 약 20~25%라는 낮은 확률 수치를 확인해 본 것도 이즈음이다. 6개월 동안 피임 없이 지내야 약 60%의 확률로 겨우 5 대 5의 확률을 넘는다. 왜 중고등학교 성교육 시간에는 이런 것들을 안 가르쳐줬을까?
네다섯 달을 지나서도 소식이 없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결혼 전 진행했던 산전 검사 결과에서는 나와 남편 모두 이상이 없었는데 이상한 일이었다. 배란일 뒤에 찾아오는 그날이 올 때쯤 내 컴퓨터의 초록창에는 '임신 초기 증상', '착상혈' 등 임신 증상과 관련된 키워드가 항상 최다 기록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궁으로부터 이번 달도 실패임을 통보받았을 때에는 날 위로해 줄 남편의 퇴근만을 기다리며 마음을 달래곤 했다. 호로록 봄이 절정을 이루고 창밖은 녹음이 무성해질 여름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내 안에 얼마 남지 않은 이파리들은 그마저도 낙엽이 되어 중력을 못 이긴 채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다음 달에도 안되면 나팔관조영술이라도 받아봐야 할까 봐. 그게 효과가 좋다던데."
실패를 인정해야 하는 기분이란, 또 호르몬의 영향으로 한없이 우울의 바닥을 치고 있을 때 남편이 기분 전환 겸 주말여행을 제안한 것도 그때였다.
여행지는 남한 최대의 자연호수인 창녕 우포늪이었다. 5월의 우포늪은 청량하고 맑고 기분 전환하기에 딱 알맞은 곳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이끈 총리 위스턴 처칠은 훌륭한 정치인이기도 했지만 성실한 화가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영국의 정원'이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그의 저택 차트웰에 있는 연못을 즐겨 그리곤 했는데, 5월의 우포늪은 처칠이 그린 '금붕어 연못'의 확장판 버전같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우포늪 산책로는 약 8.4km로 꽤 거리가 있어서 우리는 어느 정도 걷다가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그런데 그날따라 한 시간 조금 넘는 그 짧은 산책길이 너무 덥고 힘들었다. 땀이 흐르니 속옷도 살에 부대껴 여기저기 끼는 것 같고, 날은 너무 좋은데 다리는 한없이 무거워 가볍게 걷기만 하는데도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찬 것처럼 힘에 부쳤다. 몸 컨디션이 왜 이렇게 망가진 거지? 아, 살이 많이 쪘나 보다. 살 좀 빼야겠다.
지금은 그때 그것이 신호였음을 안다. 그토록 기다리던 네가 나에게 찾아왔다는 조심스러운 노크였음을.
그렇다.
첫 만남은 언제나 그렇듯 조심스럽고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