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다문 채 말없이 잠잠하게
수다떠는 걸 좋아합니다. 한 때는 '말의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강의)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달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원없이 말하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정말이지 겁없이 떠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속마음을 들으며, 말이 읽기와 쓰기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얼마나 겉돌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말이 익숙해지면서, 말을 많이 하면서, 써 달라는 요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쓰기는 또 다른 차원이라는 깨닫는 것은 '순식간'이었습니다. 늘 하던 이야기인데 막상 쓰려니 막막했습니다. 한때는 읽기도 그랬습니다. 읽는 게 쉽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쓰기 위해서는 제대로 읽어야 한다는 사실과 어쨌든 써야 한다는 걸 눈치챘습니다. 그때부터 묵묵히 읽고 묵묵히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유가 있나요, 그냥 했습니다. 제대로 읽고 쓰기 위해서는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느는 데는 '시간의 밀도'가 필요합니다. 전문성이란, 애정을 가진 어떤 분야나 주제를, 기쁘거나 슬프거나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시간을 갈아 넣어 벼려야 생기는 어떤 경지입니다. 그냥 하는 겁니다. 수련이라 하지요. 수련이 마냥 좋을리가 있겠습니까. 글과 말, 언어는 자주 권력의 수단이었습니다. 백성들은 말을 할 수도 없었고 글을 쓸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노래를 짓고 시를 짓고 춤을 추며 하고 싶은 말을 대신했습니다. 노래와 시, 춤은 금새 휘발합니다.
쓰려면 입 다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말을 지워야 글이 탄생합니다. 글을 짓다 보면 말도 달라집니다. 묵묵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입을 다문채 말없이 잠잠하게 읽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입을 다문채 말없이 잠잠하게 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입을 다문채 말없이 잠잠하게 귀 기울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가슴을 건드리는 말도, 누군가를 일깨우는 글도 묵묵히 갈고 닦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입을 다문채 말없이 잠잠하게. 묵묵히.
덧)
첨부한 이미지는 인터넷에서 사전을 검색하다가 맘에 든 이미지를 본떠 제가 만들어 봤습니다. 혹시 저작권 혹은 관련 문제가 있다면 지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