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라는 흔한 말

by 기성


쥐뿔 정도 압니다만 현대철학의 어떤 흐름은 '변화와 생성'을 주목하고 사유합니다. 물리학의 발전도 주목하지만 생물학의 발견과 성취를 더욱 참고하지요. 좋은 물리학 역시 생물학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래서 변화와 생성을 사유하는 현대철학의 흐름에서 ‘시간’은 중요한 주제입니다. 뉴턴 역학에서 시간과 공간은 관념입니다. 현실 세계를 어쨌든 그리려는 과학의 전제가 ‘있다 치고’ 혹은 ‘그렇다 치고’라는게 재밌는 관전 지점(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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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로 성공한 이들이 내세우는 건 어쨌거나 돈을 심하게 벌었다는 겁니다. 결과가 과정을 세탁하는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사례(case)는 곧 노하우(Know-how)로 둔갑합니다. 거기서 성공 신화와 황금알을 낳는 이야기(story-telling)가 시작됩니다. '비평'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어느 분야든 이런 흐름(패턴)은 반복됩니다. 황우석 사태로부터, 여러 비슷한 사건이 많았지만 사람은 금새 까먹습니다. 사람은 본래 이야기에 열광하고 환호하거든요.


마켓팅이건 브랜딩이건 지겹게 읽고 듣는 이야기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입니다. 이야기를 짓는 것, 사람들이 좋아하니까요. 돈을 낸다는 것은 마음을 준다는 것, 마음을 빼앗겼다는 거거든요. 생각해보세요, 죄다 이야기입니다.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삽니다. 이야기도 다 같은 이야기가 아닌데 말이지요. 이왕 이야기를 사려면 좋은(good) 이야기를 사자는 말입니다. 좋은 이야기에는 우선 ‘해낸 이야기(done-story)'가 있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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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하우(know-how)는 죄다 그 이야기입니다. 거기서 끝이면 그냥 사례(case)입니다. 더 좋은 이야기에는 현재 ‘하고 있는 이야기(doing-story)', 씨름하고 있는 이야기, 해결하려고 끙끙대는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가장 좋은 이야기에는 하나가 더 있습니다. ‘더하고 싶은 이야기’, ‘쓰고 싶은 이야기‘, ’해내고 싶은 이야기(making-story)', '모색과 전망'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집니다.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더불어 사는 사람들과 꿈꾸는 이야기가 거기엔 담길겁니다. 미션(mission)이라고도 하지요.




돈 번 이야기는 그냥 돈 번 이야기입니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노하우(know-how)‘를 맑고 곱게 쌓는 동안엔 ’know-why'가 자연스레 고개를 내밀게 됩니다. 답 없는 '질문'이자 돌아봄(성찰)입니다. 답이 없기에 눈에 보이는 ‘know-who'가 생각납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지금 내가 있기까지 곁에 있었던 사람을 고마운 마음 담아 떠올립니다. 당연합니다. 그렇게 사람을 머금으면 ’뭘 해야할지, 뭘 하고 싶은지, ‘know-what'이 어렴풋이 정리가 될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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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이야기에는 없는 게 많습니다. 값싼 이야기는 ‘시간’에 대한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인 사유가 부족합니다. 사업(business)이라는, 시간을 죄다 보내고 죽을똥 살똥 매일 매일 죽을듯이 한 일의 결국이 '돈만 겁나 번 것‘이라면 조금 섭섭하잖아요. 장회익 선생이 쓴 <자연철학 강의>의 부제를 빌어 이렇게 쓰고 싶습니다. ‘장사를 무시하는 경영학자에게, 경영(학)에 귀를 닫은 장사꾼에게’.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들립니다. 돈이나 벌고 그딴 소리를 해라. “넵”


“많이 먹어서 살이 찌는 게 아닙니다. 쉬지 않고 먹어서 살이 찌는 겁니다.“


덧)

진짜로 기가 막힌 이야기에 담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는데 그건 다음에... 좋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의 최고의 습관이자 태도~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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