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배우가>(김신록 인터뷰집, 2023)
짧은게 흠이다. 다들 바빠서 긴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건지, 아니면 긴 이야기 다 쳐내고 핵심만 추려 쓴건지 모르겠다. 김신록 배우의 질문은 다채롭다. 질문과 배우의 대답 사이가 넓고 생각할 거리가 가득하다. 당연하지만 마주앉은 배우마다 이야기 차이가 크다. 낯익은 이도 있고 처음 보는 이도 있었다. 매체 연기와 무대 연기 사이를 오가는 이들의 고민은 요즘 내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그 다채로움에 나는 눈이 먼다.”(허윤진)
책을 받자마자 프롤로그를 읽고 동무가 권한 이자람 마주이야기(인터뷰)부터 읽었다. 특히 이자람은 소리꾼(판소리)이라 아내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마주이야기를 읽고 다시 봤다. 말과 글에 어느 정도 이골이 붙어서 이것저것 감안하더라도 배우들의 대화가 숨 막힌다. 흰소리 가득한 자리는 딱 질색인데 이런 대화가 어지럽게 춤을 추는 공간이 간절하다.
김신록 배우,를 알아본 촉이 기쁘다.
책 제목 <배우와 배우가>에서 ‘와’와 ‘가’는 이 마주이야기를 어긋내는 결정적인 말이다. ‘와’가 ‘가’에 앞서 있어 다행이고 고맙다. 여기저기 넘기며 읽다보니 후루룩 뚝딱이다. 이 책을 보며, 가치와 이념으로 똘똘 뭉친 조직이 “능청”과 “대충” 사이 길항(拮抗)을 잃으면 얼마나 쉽게 고루(固陋)해질 수 있는지, 다시금 새긴다. 무더운 올 여름 장기려와 김신록과 리히터로 피서를 즐긴다.
책 곳곳에 넣은 사진은 맑고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