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려 평전>(지강유철, 꽃자리, 2023)
출간을 앞둔 책 서문과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미리 읽을 수 있었다. 단숨에 읽히더라. 서늘했다. 서늘한 느낌의 정체는, 저자가 인물을 옹호하기 위해 쓴 안간힘 못지않게 애정하는 인물에게서 거리두기 하려는 몸부림 탓일테다. 납작 엎드려 차라리 무미건조한 문체는 글쓰기에 대한 무서움을 아는 이의 것이다. 인물에 대한 오롯한 애정과 평전 쓰기 여정에 담긴 말 못할 노고는 거기서 반짝인다.
평전은 전기가 아니다. 평전이 밋밋해지고 실패하는 지점은 인물에 대한 저자의 애매한 태도에서 비롯한다. 평전은 말 그대로 한 인물의 생애에 대한 적극적이고도 치밀한 번역이자 해석이다. 제대로 쓰려면 차라리 오역을 무릅쓰는 결기와 어느 편에서건 욕 먹을 각오가 때로 필요하다. 이런 표현이 외람지지만 저자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어느 편과도 타협하지 않았다는 단단한 똘끼를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의 서문과 프롤로그를 통해, 평전 쓰기가 요구하는 어떤 수준의 극적인 경지에 닿는 최선의 방법은, 인물과 얽힌 역사의 사실 관계에 대한 타협할 수 없는 정확성(팩트 체크)이라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다. 인물에 대한 감상적인 착오가 설 자리는 그때 자취를 감춘다. 결국 이렇게 쓰기까지 그 과정을 몸으로 통과하며 겪었을 마음 고생에 대한 보상은 평전을 읽을 독자가 돌려줘야 할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