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최인아, 2023)
술술 읽었다. 소통하는 글쓰기, 조근조근 말하듯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을 탁탁 친다. 몰랐던 것에 대해 지적 도전을 주는 책도 좋지만, 애써 몸부림쳤던 엇비슷한 지난 세월에 대한 지지와 다독임을 주는 책도 매력 있다. 딱히 새로울 것이 없는데 새롭다. 하도 많이 얘기해서 이골이 났었는데 다시 한번 옳다구나 싶다. 벌써 한 사람에게 권했고 다른 이에게는 간만에 책을 감히 선물했다.
정도의 문제가 있겠지만, 기술(skill) 익히기는 때가 오고 닥치면 집중해서 해치울 수 있다. 그런 류의 공부도 마찬가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어쩌면 가장 쉽다. 아니면 사람을 쓰면 된다. 태도(attitude; manners)는 다르다. 긴 시간의 누적과 수련이 필요한 일, 여전히 좋은(good) 사람이 사업도•음악도•그림도•영화도•정치도•몸짓도•글씨도•기술도•과학도 좋게 만든다고 믿는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통 사람이 부리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묘사는 과감해지고 신랄해졌다. 하지만 좋은•선한•사려깊은•다정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선(good)의 입체성과 탁월성, 우월함"에 대한 묘사는 드물거나 지루하거나 시시하다. 그들이 어두운 시대와 막막한 상황과 삐뚤어진 시스템과 맞서 악전고투해 바꾸고, 새로 만든 반짝이는 결과물은 더더욱 보기 힘들다. 망가뜨리기는 쉽다.
“신앙에서 시작한 일이니?”
“아뇨, 어쩌다 보니...”
...
“결국은 혼자란다”
(영화 <러브 라이프> 중에서)
예술가적•인문학적•과학적•수학적 상상력의 부족•한계•부재, 그걸 극복하고 있는•하고 싶은•할 수 있는•해낸, 여전히 곳곳에서 씨름하는 사람들을 연결(linking;connecting)하는 일이 다음 도전(스텝)이지 싶다. 원탁(round table)이 필요하다. 그만 잊으라,는 말은 매섭고도 매정하다.
“그 애가 없는 세상에 모두가 빨리 익숙해지려고 했어. 하지만 당신은 달랐어”
(영화 <러브 라이프> 중에서)
덧)
책 읽고 든 생각, 최인아씨는 강연(을 듣기)보다 긴 시간 대화•이야기•수다 나누고픈 분이다. 대체로 좋은 사람들이 그렇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