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술은 달콤하다

전통의 맛이라는 말, 그리고 쌀술의 균형

by 하얀술

전통의 맛이라는 말, 그리고 쌀술의 균형


쌀로 술을 빚는 일을 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술이

시고

쓰고

텁텁할 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게 전통의 맛입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한 번쯤 생각하게 됩니다.


정말 그럴까.


전통이라는 말은 강한 단어입니다.

오랜 시간 사람들의 경험이 쌓이고, 기술이 축적되고, 실패와 개선이 반복되며 남은 결과가 전통입니다.


그래서 전통은 보통

가장 다듬어진 형태에 가깝습니다.


균형이 있고, 이유가 있고, 맥락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맛을 **“전통”**이라는 말로 덮어 버리기도 합니다.


쓰고, 시고, 텁텁한 맛을

“원래 그런 술이다”

“전통이 그렇다”


이렇게 설명해 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양조의 관점에서 보면,

쌀로 빚은 술이 시고, 쓰고, 텁텁하다면 그 이유는 대부분 발효 과정 어딘가의 균형 문제입니다.


그럴 때는 몇 가지를 먼저 살펴봅니다.



1. 술이 지나치게 시다면


술이 강하게 시다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유산균 발효입니다.


막걸리나 약주에는 적당한 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산이 과해지면 술의 균형이 깨집니다.


주로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 발효 온도가 너무 높았을 때

• 발효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졌을 때

• 누룩의 미생물 구성이 강할 때

• 위생 관리가 좋지 않았을 때


이 경우 술은

신맛이 튀고

여운이 거칠어지고

전체적인 인상이 텁텁해집니다.



2. 술이 쓰다면


쌀술에서 쓴맛이 느껴질 때는 보통 두 가지를 의심합니다.


첫 번째는 단백질 분해입니다.


쌀에는 전분뿐 아니라 단백질도 들어 있습니다.

발효 과정에서 이 단백질이 과도하게 분해되면 쓴맛을 내는 물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효모 스트레스입니다.


발효 온도가 높거나 영양 균형이 맞지 않으면 효모는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때 higher alcohol이나 fusel alcohol이 증가하면서 술이 거칠고 쓴맛이 강해질 수 있습니다.



3. 술이 텁텁하다면


술이 텁텁한 경우는 대부분 당화와 발효의 균형 문제입니다.


쌀술은 기본적으로

전분 당 알코올

이라는 흐름으로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이 잘 이어지지 않으면

• 전분이 충분히 분해되지 않거나

• 미세 고형물이 많이 남거나

• 단백질이 많이 남게 됩니다.


그 결과 술은


묵직하고

탁하고

텁텁한 인상을 가지게 됩니다.



4. 의외로 중요한 것, 쌀


쌀술의 맛은 쌀 자체의 영향도 큽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 단백질 함량

• 도정도

• 저장 상태


입니다.


단백질이 높은 쌀은 술에서


쓴맛

텁텁함

탁도


를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사케 양조에서는

단백질을 줄이기 위해 쌀을 깊이 도정합니다.


쌀을 깎는 이유가 단순히 모양 때문이 아니라

맛의 균형을 위해서입니다.



전통은 균형의 기술


쌀술의 맛은 결국 세 가지 균형입니다.


당화

발효

미생물


이 세 가지가 맞으면 술은


부드럽고

은은한 단맛이 있고

깨끗한 여운을 남깁니다.


하지만 이 균형이 어긋나면


신맛이 튀거나

쓴맛이 나오거나

텁텁해집니다.


그래서 쌀로 술을 빚는 일은 단순한 발효가 아니라

균형을 만드는 기술이라고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어떤 술이

시고

쓰고

텁텁하다면


그것은 정말


전통의 맛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아직

더 다듬어야 할 과정일까요.


전통은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계속 다듬어지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