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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Jan 24. 2020

24절기 주안상

입춘 立春  Lichun, onset of spring

24절기 중 입춘은 농경을 주 생산 기반으로 하는 우리민족에게  중요한 시기이다. 입춘으로 시작한 각 절기는 한 해 농사를 꾸려 나가는데 중요한 기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즉 봄의 시작을 의미하는 절기인 셈이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節氣)인 立春은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 그 해의 첫 節氣로 황도(黃道 ; 외견상으로 본 태양의 궤도. 적도에 대하여 23.5의 기울기를 이루며, 그 적도와 마주치는 점이 춘분점과 추분점이 된다)이 315도에 위치할 때이고 이 날부터 봄이 시작된다.


 양력으로는 2월 4일경이며, 음력으로는 正月인데 때에 따라서는 섣달(12월)에 들기도 하는데 동양에서는 이 날부터 봄이라고 한다.


 윤월(閏月)이 들어있는 해(年)는 반드시 섣달과 정월에 입춘이 두 번 들게 되는데 이것을 복입춘(複立春) 또는 재봉춘(再逢春)이라고 한다.


 입춘 전날을 철의 마지막이라는 절분(節分)이라고 하며, 이 날 밤을 ‘해넘이’이라고 부르며 입춘을 마치 年初처럼 생각하였다.


 옛 사람들은 입춘 15일간을 5일씩 3候로 나누어 초후(初候)에는 동풍이 불어서 언 땅을 녹이고, 中候에는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末候에는 물고기가 얼음 밑을 돌아다닌다고 하였다.



1. 입춘축 (立春祝), 입춘첩 (立春帖) 붙이기


입춘 날이 되면 대문이나 기둥에 새로운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며 봄을 송축(頌祝)하는 글귀를 붙이는데  이를 입춘축 (立春祝), 입춘첩(立春帖), 입춘방(立春榜), 춘첩자(春帖子), 입춘서(立春書)라고 한다.

 대궐에서는 설날에 文臣들이 임금에게 지어 올린 연상시(延祥詩 ; 신년축시) 중에서 잘된 것을 선정하여 대궐의 기둥과 난간에다 붙였는데 그 글을 春帖子라고 하였고, 民間에서는 춘련(春聯 ; 입춘 날 문이나 기둥 등에 써 붙이는 주련(柱聯))을 써 붙인다.


 특히 양반 집안에서는 손수 새로운 글귀를 짓거나 옛 사람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춘련을 써서 봄을 축하했는데 이것을 춘축(春祝)이라 하고, 이 때 댓구(對句)를 맞추어 두 구절씩 된 춘련을 대련(對聯)이라 부른다.


 이 춘련들은 집안의 기둥이나 대문 또는 문설주 등에 두루 붙인다.


 입춘첩의 대표적인 글귀는 다음과 같다.


국태민안 건양다경(國泰民安 建陽多慶) ; 나라가 태평하며 국민 생활이 평안하고, 봄의 따스한 기운이 감도니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 고종황제가 첫 年號(군주시대 임금의 자리에 오른 해부터 그 자리를 물러날 때까지의 기간에 붙이는 年代的인 칭호)로 건양(建陽, 1896–1897)을 사용하자 백성들이 대한제국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빌며 建陽多慶이라는 글귀를 써서 대문에 붙인 것이다.

입춘대길 소문만복래(立春大吉 笑門萬福來) ; 한 해의 시작인 입춘을 맞이하여 좋은 일이 많기를 바라며, 웃는 집안에 복이 많이 들어온다.

입춘대길 만사형통(立春大吉 萬事亨通) ; 봄기운이 시작되었으니 큰 행운이 따르고, 모든 일이 뜻하는 대로 잘 되어가기를 바란다.


소지황금출 개문백복래(所持黃金出 開門百福來) ; 땅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문을 열면 온갖 복이 들어오기를 바란다.


우순풍조 시화세풍(雨順風調 時和歲豊) ; 농사에 알맞게 기후가 순조롭고, 집집마다 생활 형편이 부족함이 없이 넉넉하길 바란다.


건양다경 가화락(建陽多慶 家和樂) ; 햇볕이 따스하니 경사가 잦으며, 집안이 화목하고 즐겁다.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 (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 ;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 산처럼 장수하고, 바다처럼 부유해지기를 바란다.


당상부모 천년수 슬하자손 만세영(堂上父母 千年壽 膝下子孫 萬歲榮) ; 집에 계신 부모님 오래 사시고(부모님 방 문기둥에 붙임), 자손들은 오래 영화를 누림(대청 기둥에 붙임)


부귀문전 수수화(富貴門前 樹樹花) ; 문 앞의 부귀가 나무마다 핀 꽃과 같다(대문에 붙임)


우여맹호 경백묘(牛如猛虎 耕百畝) ; 맹호 같은 소는 백 이랑의 밭을 간다.(소 외 양간에 붙임)


마이비룡 행천리(馬似飛龍 行千里) ; 비룡 같은 말은 천리를 간다(마구간에 붙임)


입춘방을 붙이는 모양으로는
- 한 개를 붙일 때는 세로로 그냥 붙이면 된다.
- 두 개를 붙일 때는 기울여서 /\ 같은 모양으로 붙이면 된다.


 입춘방을 붙이는 장소로는
- 대문 ; 좌측은 입춘대길, 우측은 건양다경을 붙인다.
- 아파트 ; 현관문 안에 있는 작은 문의 문설주에 좌우로 붙인다.

​옛부터 "입춘날 입춘축을  붙이는 것이 굿 한 번 하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입춘방은 입춘 당일, 태양의 황경이 315도가 되는 시간에 맞추어 붙여야 그 효험이 있다고 믿었다.



2. 아홉 자리


 이날은 각자 맡은 바에 따라 아홉 번씩 일을 되풀이하면 한 해 동안 福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액(厄)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글방에 다니는 아이는 천자문을 아홉 번 읽고, 나무꾼은 아홉 짐의 나무를 하며, 노인들은 아홉 발의 새끼를 꼰다.
 계집아이들은 나물 아홉 바구니를, 아낙들은 아홉 가지의 빨래를 하고, 길쌈을 해도 아홉 바디를 삼고, 실을 감더라도 아홉 꾸리를 감는다.


 아홉 번을 한다는 뜻은 우리 조상들이 ‘9’라는 숫자를 가장 좋은양수(陽數)로 보았기 때문이다. 가난해도 부지런하고 열심히 살라는 교훈적인 세시풍속(歲時風俗)이다.


3. 삼재(三災)풀이

동지부터 입춘까지 올해 삼재에 든 사람의 액운을 물리치고자 삼재풀이를 한다고 합니다. 속옷에 ' 삼재팔난(三災八難), 삼재액살소멸(三災厄煞燒滅) 을 적어 속옷을 불에 태우기도 하고, 삼재 부적을 붙이기도 한다.



4. 점복(占卜) 치기


보리뿌리점이라 하여 입춘날, 보리 뿌리를 캐어 성장 상황을 보아 그해 농사의 풍흉을 치는 점이다. 농가에서는 보리 뿌리를 뽑아 뿌리가 세 가닥 이상이면 풍년이고, 두 가닥이면 평년이고,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하여 그해 농사가 잘될 지 잘못될 지 점을 친다. 오곡의 씨앗을 솥에 넣고 볶아 맨 먼저 솥 밖으로 튀어나오는 곡식이 그해 풍년이라 점치기도 했다.

​제주도에서는 '입춘 굿'이라 하여 큰 굿을 하는데, 농악대를 앞세워 가가호호 방문하거나 옥황상제, 토신, 오방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5.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


 입춘이나 대보름 전날 밤에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을 꼭 해야만 일 년 내내 액을 면한다는 풍속이다. 예를 들면 밤중에 몰래 냇가에 나가서 건너다닐 징검다리를 놓는다든지, 거친 길을 곱게 다듬어 놓는다든지, 다리 밑 거지 움막 앞에 밥을 한 솥 지어서 갖다 놓는다든지, 병든 사람에게 약을 모래 지어준다든지 하는 것이 적선 공덕행이다.



6. 입춘절식(立春節食)


입춘일 절기에 맞추어 먹는 음식이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오신채, 세생채  등이 있습니다. ​
 
​오신채(五辛菜)

오신채는 다섯 가지 매운맛이 나는 나물로 입춘채(立春菜)·오신반(五辛盤)이라고도 한다. 시대에 따라, 지방에 따라 오신채의 나물 종류는 달라지고 있으나 보편적으로 움파, 삽주싹, 당귀싹, 산갓, 미나리싹, 무싹이 주로 애용되었다. 이외에 향기와 자극성이 강한 파, 마늘순, 달래, 부추, 유채, 무릇의 새로 돋아난 싹이나 새순이 그것이다. 하지만 오신채를 준비하지 못한 매우 가난한 계층에서는 파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이렇게 먹는 오신채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색상을 다섯 가지로 맞춰 먹는데 음양오행의 의미를 통해 오색은 청색, 적색, 황색, 흰색, 검정색을 말한다. 오색은 각각 인(仁;靑), 예(禮;赤), 신(信;黃), 의(義;白), 지(志;黑)를 의미한다. 이런 사상을 바탕으로 입춘일에 궁중은 물론 서민들도 다섯 가지 색깔의 오신채를 먹으면 다섯 가지 덕을 모두 갖추게 되고, 신체의 모든 기관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건강해진다고 믿었다.
또한 노란색의 나물을 중앙에 놓고 청색 나물은 서쪽, 흰색 나물은 동쪽, 적색 나물은 남쪽, 검정색 나물은 북쪽에 놓았다. 색을 맞춘 나물들을 한데 섞어 무쳐 먹음으로써 가족의 화합과 단결을 통해 잘 살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색을 맞춘오신채를 신하들에게 임금님이 하사하기도 했다.이는 동양사상에 준한 것으로 임금을 중심으로하여 사색당쟁을 초월하라는 정치화합의 의미가 부여돼 있었다. 임금이 굳이 오신채를 진상 받아 중신에게 나누어 먹인 뜻이 이에 있는 것이다. 또한 일반 백성들도 오신채를 통해 가족의 화목을 상징적으로 보장하고 인, 예, 신, 의, 지를 증진하는 것으로 알았던 것이다. 또한 이 세상 살아가는 데 다섯 가지 괴로움이 따른다 한다. 다섯 가지 맵고 쓰고 쏘는 이 오신채를 먹음으로써 그 인생오고(人生五苦)를 참으라는 처세의 신채 교훈도 담겨져 있다. 옛말에 오신채에 기생하는 벌레는 고통을 모른다는 말도 있듯이 고통에 저항력을 길러주는 정신적 음식이기도 했던 것이다.


세생채(細生菜)

봄철 채소로 파, 겨자, 삽주싹, 당귀싹 등의 햇나물을 세생채라 하는데, 민간에서는 이 세생채로 요리하여 만든 입춘채를 이웃 간에 나눠먹었다.


명태순대
함경도,강원도에서 만들어 먹는 입춘 음식이다. 해당지역에서는 봄나물 대신 명태순대를 먹는다. 내장을 빼낸 명태 뱃속에 소를 채워 만든 순대로 '동태순대'라고도 불린다. ​


팥죽
경상남도는 팥죽을 끓여먹는다.


보리밥

충청도는 보리밥을 해먹는다.



한경남도에서는 입춘일에 무를 먹으면 늙지 않는다 하여 무를 먹기도 한다.


7. 입춘장(醬)


입춘장 담그기. 시기는 입춘 전 아직 추위가 덜 풀린 이른 봄에 담가야 소금이 덜 들어 삼삼한 장맛을 낼 수 있다.
메주는 늦가을(음력 10월)에 쑤어 겨우내 띄운 것이 맛있다. 장은 팔진미(八珍味)의 주인이어서 장맛이 없으면 모든 음식에 제 맛을 낼 수 없다.


​8. 입춘수(立春水), 입춘주(立春酒)


입춘수란 입춘 전후에 받아둔 빗물을 말하는데 이 물로 술을 빚어 입춘 날에 부부가 마시고 동침하면 아들을 낳는다 하여 소중히 여겼다.

일본의 입춘주는 입춘으로부터 거슬러 100일 전, 200일 전에 햅쌀로 술을 빚어 입춘날 마신다.




9. 춘병(春餠)


춘병(春餠)은 입춘(立春) 전날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먹는 음식을 말한다. 춘권(春捲) 또는 박병(薄餅)이라 부르며 민남(閩南)과 대만(臺灣) 지역 서민들의 행운을 기원하는 유명한 토속음식이다.


입춘에 춘병을 먹는 것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진나라에서부터 시작된 춘병은 동진 시대에는 춘반(春盤)이라 불렸다. 그 당시 사람들은 입춘이 되면 얇은 밀가루 전병을 깔고, 그 위에 갖가지 야채를 곁들여 먹었기 때문이다. 입춘뿐만 아니라 봄나들이를 갈 때에도 이 춘반을 도시락으로 싸 들고 갔다.

춘반은 당송시대에 와서 우신반(右辛盤)으로도 불렸다. 당시는 민간의 간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궁중요리에도 춘반이 올랐다. 청나라 궁중 음식을 기재한 만한전서(满汉全席)에는 128종의 음식 중 9개의 중요한 간식 중 하나로 춘반을 꼽았을 정도이다.


10. 에호마키(恵方巻) - 7가지 복을 부르는 김밥


입춘 전날을 일본에서는 ‘세쓰분(節分・절분)’이라고 한다. 원래는 입춘(立春), 입하(立夏), 입추(立秋), 입동(立冬)의 전날로, 계절의 경계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헌데 지금는 일반적으로 입춘 전날만 세쓰분이라고 부른다. 세쓰분에는 각 가정에서 ‘마메마키(豆まき)’라 하여,‘귀신은 밖으로, 복은 안으로(鬼は外, 福は內)’라는 말을 외치며 집안에 콩을 뿌리고, 자신의 나이만큼 뿌린 콩을 주워 먹는다.

세쓰분만의 여러가지 특별한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 중 대표적인 음식으로 에호마키(恵方巻)를 꼽을 수 있다. 에호(恵方)라고 하는 것은 그 해의 복(福)과 덕(徳)을 관장하는 도시토쿠진(歳徳神)이 있는 방향이다. 매년 그 방향이 달라지는데 이 방향을 향해서 에호마키를 먹으면 운세가 좋다고 한다.


일본식 김밥인 에호마끼에는 7가지의 복을 부른다는 의미로 7가지의 재료가 들어간다. 7가지 재료는 복과 덕을 가져오는 7명의 신, 칠복신(七福神)을 의미한다. (요즘에는 꼭 7가지 재료를 다 채우기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다른 재료들을 넣어서 만들기도 한다.) 붕장어(집중력), 박고지(집중력), 생선가루(애정운), 계란(금전운), 새우(일운), 오이(건강운), 게맛살(일운) 등 각자 의미를 가진 재료들을 넣고 김밥을 만들어서 먹는다. 에호마키의 마키(巻き)가 「말다」라는 의미 외에「끌어들이다」란 의미도 있기 때문에 김밥을 먹음으로써 복을 내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가 되는 셈이다.


7가지 재료는 복과 덕을 가져오는 7명의 신, 칠복신(七福神)을 의미한다

에호마끼  먹는 방법은
1. 복이 오는 방향을 향해서 먹는다. (매해 바뀐다.)
2. 자르지 말고 한 번에 다 먹는다. (잘라서 먹으면 인연이 끊어진다.)
3.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먹는다. (먹는 중에 말을 하면 입을 통해서 복이 달아난다.)

그 외에도 콩, 정어리, 소바 같은 음식을 먹는다. 지역에 따라서는 구운 정어리 머리를 가시나무에 꽂아 현관에 장식하기도 한다. 구운 정어리의 냄새와 가시나무의 가시가 액막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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