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리파래
까시리'는 '풀가사리'의 기장지역 말이다. '풀가사리'는 돌가사리목 풀가사리과 홍조류 해초다. '참풀가사리, 불등풀가사리, 애기풀가사리' 등속이 있다. 그중 기장에는 '참풀가사리'가 주로 서식하는데 '불등풀가사리'도 제법 채취된다. '참풀가사리'는 식감이 오돌오돌하고 가슬가슬하면서 은은한 풀내음이 나는 싱그러운 해초이다. '불등풀가사리'는 다 자라면 속이 비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것이 재미있는 식감을 가졌다. 물에 넣고 끓이면 몽글몽글 걸쭉해지는 성질이 있다.
식감이 가슬가슬하다고 '가사리'라 칭한다는데, 경상도에서는 '까실까실하다'고 '까시리'라 한다. 경남 통영에서는 다양한 국에 넣어 먹고, 전라도 해안마을에서는 '새미'라 하여 파래 등속과 말려 자반으로 먹는다. '세모가사리'라 하는 곳도 있다. '가는 털'과 닮았다고 '세모(細毛)'라 부르는 것이다.
까시리는 아직 양식도 안 되고 다른 해초보다 개체도 적어 소량 채취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사람이 직접 전복 껍데기나 주전자 뚜껑 같은 것으로 바위 위를 빡빡 긁어 채취하기에 일손이 보통 많이 가는 것이 아니다. 특히 동지에서 이듬해 설날까지 채취한 '생까시리'가 가장 맛있기에, 추운 겨울 파도 찰박이는 바위에서 채취한다. 주로 노년의 여인들이 채취하므로 많은 위험이 따르는, 그래서 더욱 귀하고 감사한 식재료이다
그러므로 생까시리를 사기도 쉽지 않고 값도 다른 해조류보다 비싸다. 파래와 까시리가 섞인 '건까시리'는 건어물상 등에서 가끔 볼 수 있어도, 갓 채취한 '생까시리'는 부산에서는 기장시장에서만 설날 이전 한 달여 동안만 소량 볼 수 있다.
까시리는 생으로도 먹고, 국으로도 먹고, 무치기도 하고, 볶기도 하며, 전으로 굽기도 하거니와 비빔밥처럼 비벼도 먹고, 각종 음식에 고명처럼 얹어 먹을 수도 있는, 말 그대로 '해초류의 감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