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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술 Jun 08. 2020

우리술의 샤프란, 누룩

우리술의 향과 맛을 담당

우리술은

쌀, 누룩, 물로 발효해서 얻는 곡물발효술이다. 이중 술의 향과 맛을 지배하는 것은 누룩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누룩 속의 최소 200여종의 효모이다. 200여종의 효모는 각각의 독특한 항과 맛을 가지고 있다.


재래의 우리술은 
쌀의 녹말에 열을 가해 부드러운 알파녹말로 호화시켜 누룩의 효소작용으로 포도당으로 당화하면 누룩의 효모가 이 포도당을 먹이로 번식, 알콜발효를 해서 술을 만드는 것이다. 양조가 산업화하면서 누룩의 효소는 정제효소가 대신하고, 누룩의 효모 역시 정제효모가 대신하고 있다.

생전의 배상면 선생님은 우리술을 발효하는 데 쓰이는 수 많은 에너지는 곧 지구 자원의 소비라는 생각으로 자원의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쌀 발효를 제안하셨고 이의 실천적 결과물이 느린마을 양조 시스템이다.

느린마을 양조는 쌀을 호화하지 않는다. 딱딱한 베타녹말을 누룩의 당화력이 30배 이상 강한 정제효소로 당화시켜 포도당을 만든다. 즉 쌀을 익히지 않고 생쌀을 당화시키는 것이다. 쌀을 익히기 위한 열에너지는 석유를 소비시킨다. 인류의 증가로 현대는 에너지 고갈을 카운트하고 있으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것은 우리의 삶 곳곳에서 재점검해야 한다. 우리술에서 가장 많이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과정이 쌀을 익히는 과정이다. 쌀의 녹말을 열에 의해 익혀야만 딱딱한 베타녹말이 부드러운 알파녹말이 되고, 알파녹말 상태여야만 당화력이 150(쌀누룩), 300(밀누룩)인 누룩의 당화력만으로도 병행복발효가 가능한 당화가 가능하다. 헌데 과학의 발전으로 정제효소는 밀누룩의 30배에 해당하는 당화력으로 베타녹말마저 당화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대부분의 양조장에서 누룩외에도 마치 첨가물처럼 효소를 추가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누룩의 효소활동만으로는 3일만에 대용량의 막걸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제효소는 산업으로서의 양조 시간을 단축시킨 것은 물론 술의 표준화, 안정화를 가능하게 했다.

재래 양조 시스템에서 누룩의 효모는 대규모 양조를 위해 주모라는 과정을 통해 효모를 충분히 번식시켜야 했다. 정제효모는 번식력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인 것은 물론 맥아당, 포도당 등 당의 종류에 특화된 효모로 정제되었다. 흔히 소비자들은 맥주효모, 빵효모, 와인효모 등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정제효모들이다.

산업 양조장의 경제성은 시간이다. 당화효소에 의해 빠른 당화로 효모의 알콜발효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우리 선조들은 보통은 삼양주로 술을 빚었고 더러는 오양주, 구양주 때로는 십이양주까지 덧술을 해서 누룩효모의 먹이가 되는  호화녹말-포도당을 공급하는 양조를 했다. 허나 과학은 당화효소의 당화력을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있게 했고, 최소 200여종의 누룩효모를 정제해서 DNA를 변별해 두었다. 정제효모에 따라 술의 맛과 향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양조 현실이다.

우리술을 전통주 또는 막걸리순수령이라고 표현하는 인문학적 양조인들은 정제효소와 정제효모에 의한 안정화, 표준화된 양조를 경계, 기피한다. 아직도 불규칙한 야생 누룩 효모와 효소에 의한 우연의 술을 전통술이라고 주장한다. 우연의 술을 다양성이라고. 이 다양성은 예측 불가능한 다양성인 동시에 불량한 술의 약점을 각오해야 한다.

과학과 인문학(?) 또는 경험이 충돌하는 지점은 우리술에서도 극명하다. 더 나아가 사설, 공공 우리술 체험의 거의 100%가 발로 누룩을 밟고 , 손으로 술밑을 주무른다. 제품 가공의 프로세스가 발과 손이라면 소비자들은 위생보다 우연을 선택할 것인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세계가 활동을 멈추고 있는 시대에 손과 발로 술을 빚는 재래 방식을 전통으로 전파하는 술 체험장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재래의 원리를 구현하되 위생과 산업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술만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도 예측하지 못하고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지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떠밀려 수용하거나 분노하며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양조가 안타깝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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