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몰라 난 퇴근할거양
#2 신데렐라 빌런
신데렐라 (오른쪽) [shutterstock]
주52시간 근무제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킬 수 있게 됐다지만, 아직도 집까지 일을 가져가는 직원이 허다하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11월 직장인 5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퇴근 후에도 업무 처리를 고민하거나 압박감에 시달리는 응답자가 70.4%에 달했다. 퇴근 후에도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해야 할 일이 많아서’(44.4%·복수응답), ‘업무 실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재차 확인해서’(30.7%), ‘일을 다 못 끝내고 밀릴 때가 많아서’(29.5%)였다.
하지만 퇴근시간만 되면 일을 다 끝마치지 않은 상태라도 사라지는 사람이 있다. 회사원 박모(28) 씨의 동기는 별명이 ‘신데렐라’다. 퇴근시간만 되면 변신이 풀리는 신데렐라라도 되는 양 빠르게 사라진다. 맡은 일을 다 해놓고 가면 다행이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덕분에 남은 일은 그대로 팀원들의 몫. 박씨는 “무역회사라 매시간 급박한 상황이 생기곤 하는데 그 동기는 주위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신데렐라의 귀가를 막는 상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달 한 상사가 퇴근하려는 신데렐라에게 말을 걸었다. 질책은 아니었다. 일이 많으니 조금만 더 도와주고 가면 안 되겠느냐는 부탁이었다.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는 “일이 일찍 끝난 날에는 일찍 보내주신 적 없잖아요”라고 말한 뒤 유유히 사무실을 떠났다. 결국 박씨의 상사와 동료는 날짜가 바뀌는 것을 보고 나서야 귀가를 위해 택시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