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6도, 바람 초속 7미터. 날씨 맑음. 하늘에 흰 구름 몇 뭉치가 빠른 속도로 동쪽으로 이동한다. 갯골 생태공원을 찾는다. 평일이라 그런지 추워서 그런지 주차된 차가 별로 없다. 공원에 바람이 분다. 쟁쟁하고도 난폭한 바람이다. 바람이 그라스 풀들을 지날 때면 파도 소리 같기도 하고 무언가 성난 무리가 내달리는 소리 같기도 하다. 윙윙 솨앜 솨앜...
눈이 쌓인 공원. 눈이 쌓인 바닥을 살피면 바람의 흔적을 찾을 수가 있다. 맹렬한 바람. 나는 바람을 느끼기 위해 이곳에 왔다. 나의 발걸음을 인도한 것은 바람이다. 맹렬한 바람. 내 마음속에 맹렬한 바람이 살아나길 바라며 공원 위로 불어오는 맹렬한 바람을 찾아왔는지 모른다. 맹렬한 바람을 맞으며 맹렬한 바람이, 맹렬한 열망이 맹렬하게 살아나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한때 나는 열망을 맹렬히 따랐었다. 열망이 나를 따랐는지도 모른다. 그림자가 나를 따르듯 아니면 내가 그림자를 따르듯... 나와 열망이 열망과 내가 혼연일체가 되어 살았던 날들을 돌이켜본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의 열망이 사라졌다. 나의 열망은 어디서 자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어디서 길을 잃고 있는 것일까? 나는 한동안 나의 열망에 대해 생각하며 기억해내려고 하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이런저런 사정으로 망각한 채 방향 없는 삶을 살아왔는지 모른다. 나는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
맹렬한 바람이 지날 때마다 손이 더 시리고 얼굴이 더 시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콧물도 흐른다. 맹렬한 바람이 몸의 어떤 감각기관을 자극해서 눈물이 난 걸까? 슬퍼서 흐르는 눈물이 아니다. 마스크 아래를 타고 입술에 닿은 눈물은 짜다. 눈물이 난 김에 내 감정을 살핀다. 내 감정은 어떤 것이지? 내 감정도 불가해하다.
맹렬한 바람에 몸이 저절로 웅크려지지만 가슴을 펴고 손에 힘을 가하고 바람을 맞는다. 그래 바람아 나를 후려쳐 나를 깨워라. 맹렬한 바람아 나를 깨워라. 나의 바람을 깨워라. 나의 바람이 열망이 될 때까지 나의 열망이 뜨겁게 살아날 때까지 바람아 휘몰아쳐라.
나는 한참 동안 맹렬히 불어오는 쟁쟁한 바람을 맞고 또 맞는다. 몸의 구석구석까지 피를 보내며 몸이 굳어지지 않도록 주먹을 굳게 쥐며 신음을 토해내며 힘을 집중하니 정신이 더욱 쟁쟁해진다. 정신이 쟁쟁해질수록 선명하게 살아나는 영혼... 깨어난 열망들이 생생하게 일어서길 바라고 또 바라며 한참 동안 온몸으로 바람을 맞는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내달리는 바람을 응시한 채 그렇게 한참을 서 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