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관무산 산행길에 나선다. 기온은 차갑지 않다. 하늘은 전체적으로 구름이 옅게 채색되어 있고 그 뒤에서 태양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능곡 선사유적공원을 가로질러 산행을 시작한다.
산속으로 들어서자 바람도 온순하고 기온도 온후하다. 몇몇 새들의 경쾌한 울음소리와 멀리서 까마귀 특유의 울음소리도 들려온다. 산속 등산로는 오솔길에 가깝다. 양지 쪽은 언 땅이 녹아 질척거리고 그늘 쪽은 군데군데 잔설이 깔린 채 살짝 언 땅이다. 낙엽이 쌓인 길은 푹신한 느낌마저 든다.
겨울산은 온통 황량한 듯싶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지마다 꽃눈을 달고 있거나 잎눈을 달고 있다. 이것들은 때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어떤 조건이 성숙되길 기다려 꽃을 피우고 잎을 틔울 것이다.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을 귀담아들으며 산길을 걷다 보면 마음이 정결해지고 정신과 영혼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산길은 나무뿌리가 아무렇게나 뻗어있고 흙에 뿌리박은 돌머리가 아무렇게나 솟아 울퉁불퉁하다.
산길을 조용히 걸으며 생각 속에서 또 다른 길을 걷는다. 그 길은 고속도로처럼 쭉 펼쳐 있다가 어느샌가 그물망처럼 여러 갈래로 뻗어 있다가 느닷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내가 걷는 길은 끝없이 이어져 있다.
나의 머릿속 생각의 길은 어느 때는 익숙한 골목 같다가 어느 때는 막다른 골목이다. 어떤 때는 미로와 같다가 어떤 때는 길이 사라져버려 길도 아닌 곳을 쫓기듯 헤매기도 한다. 나는 방랑자인가? 나그네인가?
길이 아닌 곳을 헤매며 시선을 허공에 둔 채 생각해 본다. 이건 길이 아닌가? 길을 조금만 벗어나도 무수한 경이와 신비로움이 이렇게 많은데... 도대체 왜 그렇게 용을 쓰고 길에 들려고 했던 것일까? 길이란 게 대체 무엇이지? 나는 길을 잃은 걸까? 아니면 길을 찾지 못한 것일까? 그때 어떤 노 등산객이 산을 내려온다. 실례하겠습니다... 혹시 길을 찾으셨나요? 나는 길에서 길을 묻는다.
그때 바람이 홱 불어와 내 곁을 홱 지나간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바람이 지나간 방향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