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끼는 불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알랭드 보통은 그의 책 <불안>에서, 불안의 원인을, 지위에 대한 불안을 끈질기게 들쑤시는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 등 모두 다섯 가지로 봤다.
나의 불안은 어디에 해당하는 걸까?
근거가 없지는 않겠지만 확실하지도 않다. 뭐라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내게 사랑결핍이 있는가? 나는 무엇을 애정하고 있지? 무엇도 애정하고 있지 않다면 결핍도 없는 건가? 아니면 결핍 자체인가?
내게 속물근성이 있는가? 나는 약간 시니컬한 존재다. 내게도 약간은 속물근성이 있겠지? 내 인품이 완벽히 고결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
내게 어떤 기대가 있지? 스스로 답해봐. 자식으로의 기대는 양가 부모 모두 안 계시니 없다고 해야겠지? 가장으로 아버지로 친구로 직장동료로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시간의 아들로 운명의 순응자로...? 나는 모든 기대에 충분히 감당해왔나?
능력주의? 나의 능력은 뭘까? 직장에서 나는 나름 유능하단 평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나는 그런 평판을 조롱했다. 나는 정치력, 특히 줄 서기를 혐오했다. 결국 나는 줄 없는 인사가 되었다. 단지 일부 동료들에게 애정 될 뿐이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직장 생활도 이제 두 달 반 남았다.
불확실성? 이것은 분명한 불안의 원인일 것이다. 알 수 없는 것으로부터 비롯되는 것. 나는 나 자신을 알고 싶어 내게 끊임없이 의구심을 품었었다. 그러나 나의 미덕이 무엇인가? 나를 객관화해보려고 독서를 하고 나를 찾고 싶어 심연 속으로 침잠하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나를 찾지 못하였고, 나는 나를 알기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Who Am I? 나는 무엇일까? 나는 누구지? 어떤 때는 내가 낯설기까지 하다. 그건 어쩌면 내가 내 스스로를 기만해서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게 불완전하다. 나의 생각도 불완전하다. 내가 쓴 문장도 불완전하고 나의 기억도 불완전하다. 한때는 열렬히 사랑했었는데... 그것도 어쩌면 불완전한 사랑이었는지 모른다. 삶은 어차피 제대로 된 것이 없다. 그렇기에 삶을 살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 완전무결하다면 그래서 어떠한 흠도 찾을 수 없다면 그것을 바라지도 않겠으며 그것은 재미도 없을 것이다.
세계는 나의 표상이라고 누군가 말했는데... 세계의 어떤 것들이 나의 인생의 표상이 되었을까?
모든 것이 전진한다. 그러나 더러는 멈출 수밖에 없다. 오늘만 날은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전에 막걸리나 한 잔 마실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