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두 쪽으로 갈라버린 로마의 흉터, '하드리아누스의 방벽'
로마제국의 황제에게 청원이 있었던 여자는 황제를 불렀다.
황제는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 답하고 그 자리를 떠나려 했는데 그러자 여자는 "그러면 당신은 통치할 자격이 없습니다"라고 외쳤다.
그 말을 들은 황제는 가던 길을 멈추고 여자의 청원을 들어주었다는 유명한 일화의 주인공이 "하드리아누스 황제(재위 117~138년)"다.
그는 평생 인기보다는 업적을 중시 여긴 사람이다.
필요할 때 친절했으며 같은 이유로 불친절했다... 모든 부분에서 그렇게 했다.
로마제국 5 현제 시대(Pax Romana:로마에 의한 세계 평화 시대)중 한 명으로 재위기간 21년 중 14년을 제국의 안전을 위해 순행으로 보낸이다.
예로부터 인접한 국가들은 잦은 부딪힘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게 일반적이다.
유럽의 패권을 놓고 중세 이후 다투어온 독일, 프랑스, 영국이 그렇다.
특히 영국과 독일은 로마제국에 속했나 그러지 않았나를 두고 설전을 벌인다.
즉, "우리는 로마제국에 굴복하지 않았다(속하지 않았다)"고 독일인들이 말하면 "제국에도 속하지 못해 문화를 모르는 야만인들(제국의 일원이었다)"이라고 영국인들은 받아친다.
여기에서 야만과 문명의 다툼이 생긴다.
물론 독일에도 라인강과 다뉴브강을 따라 "게르마니아 방벽"이 있다.
영국 동쪽의 뉴캐슬과 서쪽의 아일랜드만의 솔웨이간 약 120km 길이의 장벽이 하드리아누스황제의 명에 의해 서기 122년에 축조되었는데 이 벽이 1987년에 "하드리아누스 방벽"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 벽은 훗날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분리로도 이어졌었다.
또, 미국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화이트워커를 막기 위한 방벽(The Wall)의 모티브가 된 곳이기도 하다.
아시아의 중국에는 북방민족의 침략을 막기 위한 "만리장성"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천리장성"이 있다.
이렇게 예로부터
당시 방벽의 축조 목적은 "브리칸테"족의 방벽 이남으로의 침략방지가 분명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스코틀랜드와의 경계선 같은 역할로 변색되었고 단순한 벽을 넘어 사람들 간의 이질적인 감정과 문화까지 낳게 만들었었다.
물론 지금은 이 또한 변했지만...
인간의 본성은 끝없이 의심하며 불신하고 편을 가른다.
개인 간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사이즈만 다를 뿐...
방벽의 구간은 영국에서도 굉장히 척박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오히려 이런 특성, 척박함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역설적이게도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너무나 영국 스러운 또는 스코틀랜드스러운 풍경이 바로 그것이다.
"방벽 이남의 로마인들은 저 너머를 야만이라 부르며 돌을 쌓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 단절의 흉터는 역설적이게도 가장 '영국 스러운' 풍경이 되어 관광객을 불러 모은다.
내가 언젠가 이 척박한 방벽을 걷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다.
<과거 로마가 그토록 두려워하며 밀어냈던 '야만의 땅'에서 빚어낸 스코틀랜드 맥주를, 그들이 세운 문명의 잔해 위에서 들이켜고 싶기 때문이다. >
성벽은 무너졌고, 야만이라 불리던 것들은 이제 우리의 미각을 자극하는 유희가 되었다.
이것이 역사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역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