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빚어낸 독기, 르네상스"

거인들의 시대

by Paxmn

르네상스를 꽃피운 거인들의 출발선은 의외로 비루했다.


인류사상 가장 완벽한 인간의 신체를 그렸던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그리고 그 신체를 가장 잔인하게 파괴하며 완벽한 국가를 꿈꿨던 체사레 보르자(Cesare Borgia). 두 천재의 이름 앞에는 '사생아'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정상적인 가문의 상속자가 될 수 없었던 그들에게, 세상은 애초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태생적으로 가질 수 없었던 '인정'에 대한 목마름은 그들을 지독한 리얼리스트로 만들었다. 그들에게 예술과 정치는 우아한 취미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유일한 생존 수단이었다.


이 기묘한 삼각관계의 정점에는 마키아벨리(Niccolo Macchiavelly)가 있었다. 그는 체사레의 냉혹한 결단력을 관찰하며 <군주론>을 썼고, 체사레는 다빈치의 천재성을 빌려 자신의 전쟁 무기를 설계했다. 지혜와 무력, 그리고 예술이 피와 음모 속에서 한데 뒤엉킨 것, 그것이 바로 르네상스의 진짜 심장이었다.


피렌체의 우아한 성당 뒤편에는 언제나 피 냄새가 진동했다. 다빈치가 시신을 해부하며 근육의 뒤틀림을 기록할 때, 체사레는 반대파를 숙청하며 권력의 근육을 키웠다.


이제 나는 5편의 나른한 감상을 멈추고, 이들이 피와 땀으로 일궈낸 '인간의 시대'로 깊숙이 들어가려 한다. 그것은 박물관의 명화 감상이 아니다. 자신의 결핍을 거대한 야망으로 바꿨던, 지독하고도 처절한 거인들의 투쟁기다.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인장"


우리는 매일 서양의 시간을 살고 있다. 1년을 12개월로 나누고, 그 시간을 숫자로 치환해 ‘1월’부터 ‘12월’이라 부르는 우리와 달리, 영어권에서는 달마다 고유의 이름을 붙여 부른다. 학창 시절, 우리는 그 이름들을 무작정 외워야만 했다. 하지만 그 단어들은 단순한 약속이나 기호가 아니었다. 그것은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거대한 역사의 인장(印章)인 것이다.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6월, ‘June’은 라틴어 ‘Junius’에서 왔다. 로마의 왕정을 폐지하고 초대 집정관이 된 주니우스 브루투스(Junius Brutus)를 기리는 이 이름에는 공화정의 자부심이 깃들어 있다.


이어지는 7월 ‘July’는 어떤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에서 ‘줄리어스 시저’로 박제되기 전, 서구 문명의 판도를 바꿨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자신의 탄생을 기념하며 스스로 달력에 새겨 넣은 이름이다.


8월 ‘August’ 역시 마찬가지다.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이름에서 따온 이 명칭은, 황제가 세상을 떠난 달을 자신의 이름으로 봉인하며 영생을 꿈꿨던 야망의 흔적이다.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

우리는 사회에 나가 업무를 보고 일상을 영위하며 끊임없이 이 서양력의 영향권 아래 놓인다. 사상과 윤리, 종교와 과학, 그리고 예술에 이르기까지 고대로부터 내려온 그들의 문화적 유전자는 알게 모르게 우리 삶의 모든 부문을 지배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문화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작업은 단순한 교양이 아니다. 그들과 겨루고, 그들을 상대로 생존해야 하는 우리에게는 반드시 갖춰야 할 지적 무장이자 절박한 필연이다.


르네상스의 거인들을 들여다보는 일 또한, 결국 우리를 둘러싼 이 거대한 시스템의 뿌리를 캐내는 작업과 맞닿아 있다.


7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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