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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사랑

동부시장할매닭집

#닭고기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고 많이 섭취하는 음식 재료 중에 하나이다. 솥에 넣고 삶아 백숙을 만들고, 살을 저며 양념에 볶아 먹기도 한다. 튀김 요리는 요리사인 내가 봐도 경이로울 정도로 다양한 레시피가 존재한다. 영양학적으로나 맛으로나 그리고 가격으로도 닭고기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재료이다. 달걀은 또 어떠한가? 집집마다 냉장고 한구석을 턱 하니 자리 잡고 있는 달걀은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도울 수 있는 완전식품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 어머니랑 집 근처 재래시장에서 장 보는 걸 좋아했던 나는 자연스럽게 시장 상인들과 친했었고, 마치 나와 함께 나이를 먹듯이 아주머니 아저씨들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되어 가고, 장 볼일이 없어도 시장 한 바퀴 돌며 변해가는 주변 풍경들과는 다르게 아직 그 자리리를 지키고  있는 가게들이 참 정겹게 느껴졌었다. 그 시장 좀 넘어 한쪽에는 30년이 넘은 닭 집이 있다. 양념통닭 같은 조리된 닭 말고, 말 그대로 생닭을 파는 집이다. 원래는 시장 중앙쯤 리어카에서 닭 장사를 하던 할머니는 작지만 포근해 보이는 점포로 자리를 옮기셨다. 내가 어렸을 때에도 할머니였는데, 지금도 그때 그대로의 할머니이다. 커다란 원형 나무 도마에서 마치 황소라도 잡을 것 같은 큰 칼로 닭을 내려치는 할머니의 그 모습은, 어린 내겐 꽤 인상 깊은 기억 중에 하나이다. 닭 한 마리를 사면 항상 딸려오는 서비스들이 있었다. 닭 모래집과 찹쌀 한 봉지, 그 닭으로 우리가 뭘 해먹을지 물어보지도 않고 항상 할머니는 어머니 손에 제법 묵직한 검은 봉투를 더 얹어 주셨다. 가게를 처음 오픈하고 난 후  닭으로 만들 요리가 있다면 꼭 할머니에게 갔다. 마트나 정육점도 있지만, 몇 마리라도 살라 치면 꼭 할머니에게 가서 닭을 샀다. 친 손주 보듯이 할머니는 항상 더 큰 닭으로 더 많이 담아 주셨는데, 단골이라서, 익숙해서 할머니 닭 집을 갔던 이유도 있지만, 꼭 가면 “우리 요리사 아가 왔어?”라고 하는 할머니의 한마디가 더 듣고 싶기 때문이기도 했다. 서른이 넘어도 시장 골목 닭 집 할머니한테는 나도 아직 20년 전에 꼬마 아이였다. 아버지의 두 손에 들려있는 통닭 한 마리나, 친구들과 집 앞에서 먹는 맥주에 양념 치킨처럼, 닭이라는 재료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늘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만만하고 편안한 음식재료 아니 였을까 싶다.

치킨 룰라드

#내 레스토랑에서는 닭으로 만드는 요리를 잘 내지 않는다. 닭고기의 맛은 한국인들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맛이고 그 친숙한 맛을, 레스토랑에 맞는 가성비의 가격으로는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한다. 물론 요리사로서 그 표현을 넘어서야 하는 건 당연한 것이기도 하지만 현실 적으로, 입에 딱 달라붙는 듯한 달고 매운 양념에 버무려지기 전에 닭은 그저 닭이다. 

그 닭이 그저 닭이라고만 말하는 이유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닭고기 품종의 다양성의 부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닭고기의 맛은 전국 어디에서 구매를 해도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닭고기의 종자보단 크기와 부위만 보고 구매를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나마 구분을 한다면 토종닭이라고 판매하는 닭 정도이다. 소나 돼지는 원산지에 따라 육질이나 맛, 식감이 다양 한데 비해 닭은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보통 먹을 수 있는 닭을 육계라고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육되고 있는 육계의 품종은 대부분 ‘코브 반트 레스’, ‘아비 아젠’,’ 하바드’ 품종으로 각 나라에 로열티를 지불하는 수입 종들이다. 일제 시대를 겪으면서 한국의 토종 종자들이 사라지고 가난한 시기에 값싸고 구하기 쉬운 닭들을 수입하며 공급해 온 것이 지금까지 오고 있는 것인데 나 또한 다양한 닭고기 육질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었다. 어려서부터 먹어왔던 닭은 그냥 닭이었으니 말이다. 그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해보게 된 이유는 2015년 BOCUSE D’OR 프랑스 요리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을 하게 되면서부터 이다. 주재료를 정해주고 약 30인분의 요리를 만들어야 했던 대회인데, 그 해에 주재료가 바로 ‘뿔 닭’이라고 부르는 ‘호로호로 새’였다(Guinea Fowl). 외형은 닭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지만 엄연히 닭 목, 호로새 과로 구분되는 가금류로 한국에서는 구할 수가 없는 닭이었다. 관상용으로 기르는 걸 찾은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정작 한국에서는 뿔닭으로는 연습을 못하고 프랑스 현지에서 처음 만져 볼 수가 있었는데 털을 벗겨 판매용으로 내놓은 뿔닭은 색이 진한 토종닭 같았다. 새의 머리와 다리까지 포장이 되어 판매하는 수많은 닭 또는 가금류 종자들을 보면서 언젠가 한국에서도 저런 다양한 닭이나 토종닭들의 종자들이 재현되어서 ‘닭은 그냥 닭이지’라는 맛이 아닌 다양한 육향과 맛을 낼 수 있기를 희망했다. 

로스트한 닭다리

#세계에는 다양한 닭요리가 존재한다. 닭 자체가 이미 우리와 함께 오랜 역사를 거쳐왔기 때문이다. 유럽의 대표적인 닭요리로는 프랑스식 로스트 치킨인 ‘뿔레 로띠’와 레드와인에 푹 삶는 와인에 절인 수탉이라는 ‘꼬꼬뱅’이라는 요리가 있다. 원형으로 말아서 구웠다는 뜻에 ‘치킨 룰라드’도 대표적인 닭 요리이다. 이탈리아에서는 ‘폴로 알라 카치아 토라’라는 사냥꾼의 닭요리라는 뜻의 닭고기 요리가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의 닭고기 계란덮밥인 ‘오야꼬동’이나 중국의 기름에 튀긴 닭이라는 뜻의 ‘유린기’라는 이미 친숙한 요리들이 있다. 이처럼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닭 요리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미 유명해진 한국의 닭갈비나, 삼계탕, 찜 닭 등이 있다. 그중 한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한국 음식 중 하나가 ‘닭갈비’라는 사실이 나는 좀 놀라웠다. 한식 문화관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쿠킹클래스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메뉴가 닭갈비였다. 

매콤한 닭고기와 치즈, 누른밥을 서양식으로 플레이팅을 한 음식은 정말 인기의 절정을 찍었었다. 닭 자체가 사람들에게 주는 친숙함도 더 해진 것 아닐까?


뿔레 로띠

#프랑스식 로스트 치킨 뿔레 로띠 만들기 

재료

1. 작은 닭 1마리, 소금 2ts, 후추 1ts

허브 버터

[버터 50g, 간 마늘 10g, 바질 2g, 소금 1ts, 씨겨자 머스타 1Ts, 화이트 와인 50ml]

2. 치킨 속박이 재료

사과 1/4ea, 토마토 1/2ea, 애호박 1/4ea, 마늘 2톨, 양파 1/2ea, 감자 1/2ea 소금 some

만드는 법

로스트 치킨과 속박이

-버터와 간 마늘, 씨겨자 머스터드를 섞어 허브 마늘 버터를 넉넉히 만들어 준다.

-닭은 소금, 후추 뿌려 마리네이드 해 준 후 껍질과 속살 사이를 벌려 마늘 버터와 바질을 넣어준다.

-소금 간을 하고 볶은 속박이 야채들은 속에 채우고양파는 슬라이스 해준 후 화이트 와인과 함께 치킨의 바닥에 깔아준다.

-180도 오븐에서 1시간 10분~20분가량 익혀주는데 15분 간격으로 마늘 버터를 껍질 쪽에 발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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