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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송아지 고기는 한우가 없다.


#영화 신세계

“드루와, 들우와!!”, ”거 죽기 딱 좋은 날씨네”, ”살려는 드릴께”, ”거 중구형 이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요” 마치 음성 지원 기능이 있는 거 같은 이 입에 착 달라붙는 말들은 바로 영화 [신세계]에서 나오는 명대사들이다. 정말 주옥같은 유행어를 만들어 놓은,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술자리에서 저 대사 중 한번 이상은 무조건 따라 해 봤을 거라 장담한다. 

영화 신세계는 경찰과 기업형 범죄조직의 어두운 뒷면을 그려낸 범죄 누아르 영화다. 이정재, 최민식, 황정민, 박성웅 등 당대 연기파 배우들의 기가 막힌 연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주인공 이자성(이정재)은 범죄조직 기업 골드문의 이사로, 이인자 정청(황정민) 과는 형제와 같은 사이이지만 경찰의 비밀스러운 스파이로 활동하고 있다. 실타래처럼 엉겨있는 강 과장(최민식) 과의 관계는 아이를 가진 부인까지도 지독하게 괴롭히며 연결되어 있다. 영화의 초반 부 골드문의 석회장이 사고로 죽게 된 순간부터 모든 걸 청산하고 싶은 이자성은 또다시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아무래도 정청과 이중구의 세력 싸움 중 정청의 엘리베이터 난투 신이 아닐까 싶다. 좁고 좁은 엘리베이터에서 정청은 흉기를 든 여러 명에게 둘러 싸인 와중에 중상을 입고 겨우 목숨만 건지게 된다. 이때 나온 정청의 대사 “드루와, 들우와!!”(대사 중략)는 여러 예능에서 패러디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정청이 병원에서 죽고 난 후 이자성의 심경에는 강한 변화가 생긴다. 이내 굳은 결심을 한 그에게는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영화 마지막 담배를 입에 문 이자성의 표정에서는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중구의 아침 식사와 송아지 고기

이중구(박성웅)는 정청의 라이벌로 영화 내내 살벌한 눈빛과 연기로 화면을 압도하는 캐릭터다. 

정청파와 이중 구파의 사이가 벌어지게 되는 결정적 시작은 바로 강 과장의 개입으로 이중구가 체포가 되는 순간이다. 

이른 아침, 호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써는 이중구와 그의 부하들은 멋진 장소와는 다르게 그들의 대화에서는 품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재미있는 건 극 중 내내 살벌한 인상을 띄는 이중구가 자기 부하들은 살뜰하게 챙기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여기서 이중구의 부하들에게 하는 대사 한마디가 재미있게 다가온다. “여기 송아지 고기 아주 연하고 좋아. 게다가 여기, 한우야 한우” 일반적으로는 별생각 없이 지나갈만한 대사 중 하나지만 요리를 업으로 하는 나에게는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침부터 소고기라니, 하물며 송아지라니? 그런데 한우라니?? 일단 짚고 넘어갈 건 한우 송아지 고기인데, 한국에서는 송아지 도축을 금지하고 있다. 즉 한우 송아지 고기는 없다는 뜻이다. 송아지 고기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영화를 제작했을 2012년 전에는 더욱더 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 설정상의 오류였을까? 아니다. 충분히 의도된 상황이라 생각이 들었다. 불법을 자행하며 사업을 키운 이중구 파에게 도축이 불법인 한우 송아지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 아녔을까 하는 재밌는 상상을 해본다. 


독일에서 먹어본 슈니첼


#송아지 요리

송아지는 레스토랑에서도 고급으로 사용되는 식자재다. 맛은 달큼하며 부드럽다. 송아지 고기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실용성이 적은 수소의 비율을 줄이고자 사료를 먹고 크기 전에 비용 절감을 위해 도축을 하여 식육을 했다는 것에서 전해진다. 그런데 그 맛이 일반 소와 다르게 부드럽고 연하여 미식가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어 지금까지도 고급 식자재로 이용되고 있다. 송아지 고기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철분이 포함되지 않은 먹이를 먹인 화이트 빌 (white veal), 철분이 포함된 먹이를 먹인 핑크 빌 (pink veal), 옥수수 같은 사료를 먹인 레드 빌(Red veal)등 이름에서 보면 알듯이 고기의 색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수입 송아지 고기를 인터넷을 통해 쉽게 구할 수가 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종종 눈에 띄기 때문에 먹어보는 것은 문제가 안되나 역시 가격은 꽤 높은 편이다. 

내가 송아지 고기를 처음 먹어 본 곳은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의 한 레스토랑에서 먹어본 송아지 커틀렛인 ‘슈니첼’이다. 흡사 고운 빵가루를 둘러 튀긴 한국의 돈가스 같은 느낌인데, 나이프로 자르는 고기는 더 부드럽고 한입 베어 물었을 때에 올라오는 고기에서는 은은한 향이 났다. 한국에서 먹었다면 모양은 영락없는 돈가스인데 독일에서 와인을 곁들이며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먹으니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이 음식의 변신이 너무 재미있게 다가왔다. 



오스테리아 주연 오너 셰프 김동기 

paychey@naver.com





제 첫 요리책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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