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마리 앙뜨와네뜨

아스파라거스

#영화는 보는 내내 프랑스 왕족의 풍요롭고 사치스러운 장면들을 보여준다. 한 끼 식사에 둘이서 먹을 수 없는 음식의 양은 1700년 후반 경기가 침체되고 미국의 독립을 지원하느라 재정이 흔들리고 있던 시대의 빈곤한 프랑스의 국민들의 생활과 비교된다. 역사의 결과를 알고 있는 우리의 입장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저러면 안 될 텐데 생각이 드는 사치스러운 장면들이 만연하다. 

#영화 마리 앙뜨와네뜨

강렬한 핑크, 화려한 케이크에 둘러싸여 웃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프랑스 마지막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를 주인공으로 한 그녀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전체적인 내용 자체는 약간의 픽션 외에는 역사적 사실을 최대한 잘 표현하려 했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오스트리아에서부터 프랑스로 오는 과정, 루이 16세를 처음 만나는 날, 화려한 프랑스 궁전의 내부를 호기심 있는 눈으로 둘러보는 모습들은 마치 그녀의 사치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야 라고 말하는 듯했다. 중간중간 위트 있는 음악과 파스텔톤의 배경, 직관적이며 화려한 영화 속 복장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특히 영화의 배경인 베르사유 궁전은 정말 18세기 프랑스 속에 와있는 것 같은 장식품, 하물며 물병 하나하나까지 디테일하고 아름답게 표현이 되어 스쳐 지나가는 듯한 소품 하나까지 보는 재미가 있다. 

프랑스 하면 역시 요리가 빠질 수 없듯이 영화 중간마다 나오는 프랑스 왕족 요리들은, 요리를 하는 내게 정말 황홀함 그 자체였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 장면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뜨와네뜨가 첫날밤을 보낸 후 먹는 아침 식사인데, 테이블 한 구석에는 연주자들이 음악을 켜고 있고 서로를 마주 보지 않고 마치 영화를 관람하듯 나란히 음식을 먹는데, 아침을 먹는 그 둘의 등 뒤에 바라보는 귀족들의 시선 또한 재미있게 다가온다. 왕족의 아침식사가 마치 하나의 구경거리라도 되는 듯 모여 속닥거리고 있다.

테이블에는 둘이서 먹을 수 없을 만큼의 음식이 가득 차 있다. 테이블 중앙에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센터피스가 눈에 들어오는데 육안으로 봤을 때에는 요리를 안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귀족들의 야채인 고가의 아스파라거스를 고작 아침 식사 장식용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영화 속의 요리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식사 장면은 영화에서도 꽤 중요한 포인트다. 귀족들의 식사 장면인 영화 속 테이블 앞에서의 대화와 행동 하나하나가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를 정도로 많은 귀와 입이 오가는 자리이다. 

아침 식사는 매번 많은 구경꾼들 사이에서 화려한 식사를 먹는데, 재료의 모양을 살린 요리들이 화려한 프랑스 왕족의 생활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듯하다. 루이 16세와 함께 한 사냥터에서 도시락을 먹는 장면은 마치 ‘로코코’ 시대 한 장의 그림처럼 느껴진다. 또 ‘마리 앙뜨와네뜨’가 가는 곳마다 항상 다과상이 올라오는데, 우리가 아는 케이크부터, 슈, 마카롱까지 다채롭고 화려한 단과자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 단과자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지금 시대적 배경은 프랑스의 미국 독립 원조와 프랑스 내 경기 침체로 인해 시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는 시기로 빵 하나 제대로 먹기가 어려운 때이다. 지금 시대에 봐도 화려해 보이는 디저트들을 탐닉하며 하물며 강아지 조차도 과자를 먹는 장면에서 그녀의 사치를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에서는 그녀의 사치가 마치 궁정 내 외로움과 스트레스 때문에 이루어진다는 것처럼 묘사하며 디저트 들을 하나하나씩 입으로 가져가며 접시가 비워지는데 마치 입안에 넣으면 사라지는 달콤한 허무함을 묘사한 듯한 장면의 표현 또한 재미있게 느껴진다.


#아스파라거스 요리

마리 앙뜨와네뜨와 루이 16세의 첫 식사 테이블의 아스파라거스는 의미 있게 다가온다. 테이블 중간을 큼지막하게 차지하고 있는 아스파라거스 다발은 후손을 잘 보기 위한 그들의 간절한 염원 같기도 하다. 역사에서도 후손이 생기지 않아 고생하는 왕비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스파라거스는 유럽의 대표적인 고급 식자재로 귀족의 야채라고 불리 울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그 시대에는 아스파라거스가 최음의 효과가 있다고 믿었는데 아스파라거스는 최음 효과까지는 아니지만 피로 해소와 자양강장에 좋은 것은 사실이다. 숙취 해소에 좋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도 이 아스파라거스에서 따온 이름이다. 또 토마토와 함께 먹어주면 아스파라거스의 아스파라긴산과 토마토의 유기산이 우리의 위에 염증을 가라앉혀 주고 피부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고 한다. 

영화의 배경인 시대에 아스파라거스 조리법은 꽤 심플하다. 아스파라거스는 깨끗이 씻은 후 다발로 묶어 소금을 넣은 물에 살짝 데쳐 익힌다. 은제 접시에 담아 준 후 훌렌 다이즈 소스나 무슬린 소스를 곁들여 먹는다 아스파라거스는 계란과 잘 어울리는데 삶은 계란이나 포치드 한 계란을 곁들여 마요네즈를 버무려 먹으면 맛이 좋다. 


오스테리아 주연 오너셰프 김동기 

paychey@naver.com

작가의 이전글 신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