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 호텔 조리장 이지웅
25년간 워커힐호텔에서 한 길을 걸어온 셰프가 있다.
요리에 대한 열정과 배움을 멈추지 않고, 후배들에게도 그 정신을 전하고 있는 사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철학으로 삼으며, 화사하고 즐거운 한 끼를 꿈꾸는 셰프.
국제 요리대회에 출전한 성취로 번아웃을 극복한 경험은 그의 삶에 전환점을 가져왔다.
워커힐호텔 SK클럽 조리장, 이지웅 셰프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저는 2000년 삼성역의 퓨전 프렌치 레스토랑 딥블루씨를 시작으로, 2001년 이태원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쿠치나, 2002년부터는 워커힐호텔에서 근무하며 지금까지 약 25년간 요리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현재는 워커힐호텔 산하 SK그룹 임원 전용 라운지 SK클럽에서 조리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에스코피에 선배님들을 따라 호텔 근무와 학업을 병행하며 대학원 과정을 마쳤고, 이후 대학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에스코피에 협회에는 2002년, 워커힐 선배이자 ECA 선배님이신 조성현 셰프님의 권유로 가입하게 되었으며, 현재는 2년마다 열리는 에스코피에 요리대회를 주관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워커힐 면세점에서 근무하던 동갑내기 아내와 7년 연애 끝에 2006년 결혼했고, 이제는 저보다 더 커버린 대학생 아들과 한창 사춘기를 겪는 중3 딸과 함께 유쾌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요리사가 되고 싶어 조리 관련 학과를 찾던 중, 비슷하겠거니 하고 식품영양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졸업 후에는 육군 조리병으로 복무했고, 제대 후 직장을 찾던 2000년, 대학교수님의 소개로 찾게 된 퓨전 프렌치 레스토랑 딥블루씨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분이 바로 에스코피에 선배님이신 이재현 셰프님이었는데, 낮에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밤에는 대학원에서 공부하시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며 큰 동경을 느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저를 지금의 길로 이끌었고, 결국 에스코피에의 정신을 따르게 된 것 같습니다.
10여 년 전, 장병동 선배님이 운영하시던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프렌치 가정식 코스 요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프랑스 르 꼬르동 블루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에스코피에 정신을 계승하며 선보이셨던 그 요리는 제 기억 속에서 ‘에스코피에 정신이 담긴 최고의 한 끼’로 남아 있습니다.
2012년, 워커힐 대표로 출전한 싱가포르 요리대회에서 선보였던 브런치 플레이트가 가장 애정이 가는 메뉴입니다. 세 가지 요리로 구성된 플레이트였는데, 이 작품으로 처음 국제대회에서 수상도 했고 제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당시 번아웃으로 퇴사를 고민하던 시기였지만, 대회 준비로 바쁘게 몰입하다 보니 오히려 요리에 대한 열정을 다시 되찾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선배님들이 후배들에게 조리 특강을 해주시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에스코피에 선배님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였기에 후배 입장에서는 정말 큰 배움의 장이자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날의 두근거림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추구하는 요리 철학은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하자”*입니다. 때로는 셰프의 주장이 지나치게 강해 손님에게 일방적으로 맛을 강요하는 경우도 보이는데, 저는 요리를 업으로 삼는 이상 다양한 사람의 입맛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맛있으면서도 눈으로도 즐길 수 있는 화사하고 예쁜 스타일의 요리를 선호합니다.
예전에는 쉬는 날에도 요리 관련 활동을 찾아다녔지만, 지금은 주로 혼자 산책을 하거나 캠핑처럼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쉬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리는 신경 쓸 일이 많다 보니, 쉴 때만큼은 머리를 비우려고 합니다. 20년 넘게 요리를 하며 깨달은 건, 일과 쉼의 경계를 확실히 해야 제대로 다시 채워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 이 글은 한국 에스코피에 제자회 인터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 에스코피에 제자회'
에스코피에 제자회(Disciples d'Escoffier)는 프랑스 요리의 거장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의 철학과 전통을 계승하고자 1954년에 설립된 국제 요리 단체입니다. 한국 대표단은 1990년 최수근 경희대 교수가 설립한 한국 에스코피에 요리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조우현 명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