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컨설컨트 김영준 셰프
전통 발효의 깊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풀어내는 셰프, 김영준.
그의 요리는 화려한 기술보다 자연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질서에 귀 기울이는 데서 시작된다.
김치, 장, 젓갈처럼 ‘숙성의 호흡’을 가진 음식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한식의 본질을 다시 질문한다.
에스코피에 협회 활동 속에서도 그는 전통이 지닌 철학을 배우고 나누는 역할에 충실해왔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의 김치 철학, 메뉴 개발의 기준, 그리고 후배들에게 전하는 깊은 조언을 들어본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치, 장, 젓갈, 등 한국 발효 음식을 중심으로 연구하고 조리하는 김영준셰프입니다. 현재는 전통 발효 기반의 한식 콘텐츠 제작과 메뉴 개발, 브랜드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최수근 관장님 및 조우현 명장님을 비롯하여 명성 높은 선배님들 사이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에스코피에 협회는 정욱영교수님 ECA 2010년 대학생 시절을 통해 알게 되었고, 2019년부터 친목팀에 들어와 에스코피에 공식 미모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하하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음식이 곁에 있던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특히 통영 바다에서 직접 잡은 해산물로 차려진 밥상과, 매년 할머니가 해주시던 절기에 맞는 음식들이 제게는 가장 큰 요리 공부였습니다.
3.“에스코피에 정신을 가장 잘 느꼈던 요리 혹은 한 끼는 언제였나요?”
10여 년 전, 조우현 명장님이 운영하시던 삼청동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꽃을 활용한 메뉴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에스코피에 정신을 계승하며 선보이셨던 그 요리는 제 기억 속에서도 에스코피에 정신이 담긴 최고의 한끼로 남아 있습니다.
저의 김치 철학은 김치는 사람이 만드는 음식이 아니라 자연과 시간이 함께 완성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그저 좋은 재료를 준비하고, 발효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뿐, 실제로 김치를 완성시키는 것은 미생물과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제가 김치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 식재료를 알아보는 안목, 시간, 그리고 사람의 마음 자세입니다.
음식이라는 것이 김치뿐만 아니라 음식을 하는 사람들은 제가 생각하기에 첫째 좋은 식재료를 찾는 안목입니다. 음식의 기본은 재료입니다. 김치는 양념으로 맛을 만드는 음식이 아니라 배추, 무, 고춧가루, 젓갈, 소금 등 모든 재료의 품질이 곧 김치의 맛을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배추만 봐도 어느 지역에서 자란 배추인지, 수분감과 조직감은 어떤지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납니다. 소금 역시 천일염, 토판염, 자염, 융융소금 등 종류에 따라 염도와 순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둘째는 시간입니다. 좋은 재료를 길러내는 자연의 힘, 시간과 비례합니다. 또 김치는 단순히 조리/제조 과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하지 않는 미생물 젖산균 락토바실러스 등을 통해 익어가는 음식이기 때문에 발효의 흐름을 이해하고 기다리는 시간 자체가 가장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사람의 태도입니다. 가가호호(家家戶戶)라는 말처럼 집집마다 손맛이 다르듯이, 김치 역시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마음가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기능적으로 익히는 것이 아니라 계절과 재료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사고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같은 재료라도 계절에 따라 맛이 다르고, 날씨에 따라 발효 속도도 달라집니다. 음양오행과 같은 원리를 이해하면 우리나라 식문화가 보입니다. 음식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직업이 아닙니다. 빠른 성공보다는 매일의 반복과 실패를 견디는 인내가 훨씬 중요합니다. 특히 한식과 김치는 인문학적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조급함보다는 부지런함을 먼저 갖추길 바랍니다. 또한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인성과 태도라는 점도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 이 글은 한국 에스코피에 제자회 인터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 에스코피에 제자회'
에스코피에 제자회(Disciples d'Escoffier)는 프랑스 요리의 거장 오귀스트 에스코피에의 철학과 전통을 계승하고자 1954년에 설립된 국제 요리 단체입니다. 한국 대표단은 1990년 최수근 경희대 교수가 설립한 한국 에스코피에 요리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조우현 명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